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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적산에서 바라본 인천 시가지.
탐사단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인천 원적산과 만월산 산행을 통해 도심을 통과하는 한남정맥 구간 마루금(산등성이)을 걸으며 '인천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맑은 날씨 속 유난히도 파란 하늘빛 덕분이었다.
이튿날인 10일 하천 탐사를 진행했다.
탐사단은 물을 따라 산줄기를 타고 굴포천의 발원지를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 잘려나간 생태축
세번째 탐사는 8차선 도로가 연결된 징맹이(장명이) 고개에서 시작됐다. 오전 9시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산역 5번 출구에서 모인 탐사단은 인천 계양구와 서구를 잇는 경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서구 방향으로 약 20분쯤 걸으면 도달하는 언덕, 일명 징맹이 고개가 이날 한남정맥 탐사의 출발점이었다. 고려시대 매잡이가 이뤄졌던 곳이라 해 이름 붙여졌다는 징맹이 고개. 계양산과 천마산을 연결하는 고갯길은 10여년 전 잘려졌고, 그 자리에는 도로가 놓였다. 그러고 나서 이 구간을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의 이동로는 끊겼다. 한남정맥 인천구간에서 계양산∼관모산∼청량산으로 이어지는 S자형 녹지축은 경명로 외에도 경인고속도로, 원적산길, 경원로 등으로 잘려져 있다.

인천녹색연합 유종반(49) 운영위원장은 산이 깎여나간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 1992년 이곳에 도로를 낸다고 할 때 일부 학자들은 계양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녹지축이 훼손된다며 반대했어요. 하지만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녹지축 보전보다는 산을 깎아 골재를 만들고 도로를 내는 일을 더 중요시 여겼던 것 같아요."

인천시는 최근 수십 억원의 예산을 들여 징맹이 고개 '생태통로 복원(아치형 터널)'을 추진하고 있다.
"돈 들여 깎아내릴 땐 언제고 15년만에 다시 복원하는 거예요?" 유 위원장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탐사단원들은 한숨을 내뱉었다.

# 산에서 바라본 인천
탁 트인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등산객들은 천마산 줄기 중구봉~286봉(군부대 초소) 구간 마루금에서 인천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탐사단은 북쪽으로 멀리 한남정맥의 끝자락인 김포 문수산에서부터 수안산, 가현산,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보며 지난 2차례 산행의 '궤적'을 헤아렸다. 남쪽에는 원적산에서부터 소래산, 문학산, 수리산 등이 제 자리에서 서로 몸을 기대며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서쪽과 남쪽으로 고개를 돌려 인천을 끌어 안고 있는 바다를 조망했다. 탐사단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종 건축물이 이루는 장관은 자연의 그것과 달리 보는 이를 숨막히게 했다. 부평구와 계양구 일대는 아파트가 빈틈없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서측 청라지구에서는 반듯하게 정리된 황톳빛 땅에 '또 다른 도심'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덩어리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남정맥 녹지축을 옥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등산로가 넓어지고 있다
탐사단은 청천농장 청농5길을 따라 언덕에 올라 등산로에 들어서자 나무로 된 기둥과 받침으로 만들어진 폭 1.5m 가량의 인공 등산로(산책로)와 만났다.

철마정을 못 미치는 지점에 이르러 탐사단은 인공 등산로 대신 배 이상 넓어진 모래 자갈길과 맞닥뜨렸다.

이 지점에서 산 정상까지 이어진 등산로 폭은 약 5m 정도였다. 폭이 10m에 달하는 곳도 있는데 이는 승용차 2대가 동시에 지나칠 수 있는 너비였다. 등산로는 가족단위 등산객 3~4명이 나란히 길을 걸어도 충분했다.

인천녹색연합 신정은(29·여) 간사는 "원적산은 등산로 바닥이 잔돌과 모래알갱이가 많은 화강암 풍화토로 돼 있어 침식이 잘 된다"면서 "등산로 폭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인공 등산로 조성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음하는 굴포천 상류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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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포천 상류 구간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
굴포천 본류는 부평 가족공원(공동묘지) 앞 부평동 평온길 골재 사업장 뒤편에서 부평구청 앞까지 약 3.4㎞ 구간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있다.

10일 오전 9시. 부평3동 성당 뒤편, 현재는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굴포천 복개구간에서 모인 탐사단은 인천에서 가장 긴 하천인 굴포천의 물줄기가 처음 생긴 곳을 찾아 나섰다.

부평동 산60 평온길 골재 판매장 뒤편 복개시점 구간.

이 지점에서 부평가족공원 정문까지 이르는 하천 주변에는 무허가 주택가와 공장이 밀집해 있다. 물가에는 각종 생활쓰레기와 오물 등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평온길과 평온3길 사이를 잇는 다리 위에 선 탐사단은 한 주민이 집 창문을 열고 아무렇지도 않게 냄비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가족공원 정문 옆에 위치한 재활용 공장 물 위에는 스티로폼 조각과 가루가 떠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상류 구간에 쌓인 쓰레기는 복개구간으로 쓸려 내려갈 것이다.

이렇게 탐사단은 인천에서 가장 길고, 도시 중심부에서 시작하는 도심하천 상류의 초라한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탐사에 동참한 굴포천살리기 시민모임 박남수(59) 집행위원은 "관할 자치단체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자연형 하천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상류 구간에 대해서는 관심 조차 갖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 방치된 굴포천 발원지
탐사단은 굴포천 발원지를 찾아 부평 가족공원에 들어섰다. 약 50여만평에 이르는 산비탈과 언덕에 있는 5만여기의 무덤들. 시는 무분별하게 산재한 무덤을 정비하고, 나무를 심는 가족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곳곳에는 묘지의 연고자를 찾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무덤가를 따라 굴포천 발원지가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성묘객들이 무심코 버리는 음식물, 빈병 등이 하천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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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 위원은 "공원관리사업소가 무단 소각을 금지하자 매장을 하고 빈 관을 태우지 않고 그대로 하천에 밀어 버린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씁쓸하게 전했다.

탐사단은 가파른 산비탈을 올라 굴포천 발원지인 칠성 약수터에 도달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은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을 타고 아래로 흘렀다. 약수터 전면에는 이 곳을 콘크리트로 '정비'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의 명단과 약수터 이름만 '딱딱하게' 적혀 있었다.

이 곳이 굴포천의 발원지란 표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굴포천의 발원지는 이렇게 방치돼 있었다.


■ 탐사일정
6월 9일 : 징맹이고개~천마산~청천농장~원적산~호봉산~부평도서관
    10일 : 백운역~굴포천복개도로~굴포천발원지~만월산~부평삼거리

 

■한남정맥 시민탐사단 참가자
인천대학교 물리학과 장영록(44) 교수, 굴포천살리기 시민모임 박남수 집행위원·노현기(44·여) 회원, 인천녹색연합 유종반(49) 운영위원장·신정은(29·여) 간사·이성호(31)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