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 그동안 저조하던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한 가운데 산업생산 둔화세가 반전되는 등 실물지표 전반에 걸쳐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다소 둔화되었지만 수출도 여전히 두자리수의 견실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소비자기대지수(CSI)가 기준치인 100을 웃도는 등 소비심리 역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최근의 경기회복이 과거와는 달리 IT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소위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철강, 석유화학, 기계, 조선 등의 전통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월중 전통산업의 수출증가율을 보면 철강, 선박,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에서 모두 20%가 넘는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개발경제시대의 주역이었지만 IT붐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던 굴뚝산업이 이렇게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중국과 중동지역의 경제개발붐 등으로 각종 중화학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경쟁업체수가 감소하면서 이들 제품의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품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는 것도 실적호조의 원인 중 하나이다.

IT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해 왔던 지난 몇 년간 우리경제는 반도체, 휴대폰 등 IT제품의 수출호조를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한편으로는 비IT산업과의 성장불균형에 따른 적지 않은 문제점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IT제조업은 주요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고용유발효과가 타산업에 비해 취약하여 생산·부가가치·고용 등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반도체, 휴대폰 등 주력 IT제품의 수출물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으나 가격하락으로 인해 실질소득 증가효과가 미흡했던 것이 국민들의 체감경기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이 가계의 소득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선순환 구조의 작동이 미흡하고 수출·내수간, 대기업·중소기업간, IT·비IT산업간 양극화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는 '굴뚝산업'의 성장세 지속은 해당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의 소득증가 및 협력업체들의 투자와 생산 활동으로 이어지는 산업간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다는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화율이 높은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등 전통산업 부문의 호조가 관련 부품공급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이들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IT제조업의 4배에 달하는 등 고용창출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경기회복 기조가 보다 장기간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굴뚝산업을 통해 생산과 수출의 호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경기상승 모멘텀이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기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 경기지역의 경우 높은 IT산업 의존도로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전국적인 수준에 비해 다소 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업체수나 종사자수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계, 화학 등 전통산업의 호조는 우리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LCD 등 IT분야의 시장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우리 지역경제가 IT제조업과 전통제조업이 함께 이끌어가는 균형잡힌 성장패턴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처럼 찾아온 굴뚝산업의 호황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