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도 사람의 몸과 같다. 도시를 이루는 집들과 길들과 나무들 그리고 사람들 그 어떤 것도 옛날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이 나이를 먹어 피부는 늘어질망정 원래의 얼굴 모습을 보존하고 있듯이 도시도 새로운 것들로 끊임없이 치환되어도 변하지 않는 원형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루카라는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광장은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터였는데, 광장 주변의 집들은 그 뒤로도 수십번 바뀌었지만 광장의 자취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도시는 도시의 각 행위 주체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워진다. 그런데 자연발생적이고 소규모인 갱신말고, 계획적이며 대규모적인 갱신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렇게 수명을 다한 조직을 걷어내고 새로운 조직으로 바꾸는 것을 재개발이라 한다.
재개발의 필요성은 두가지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다. 하나는 도시중심부 등의 토지 이용을 효율화, 고도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도시발전 과정에서 저소득층 주거지 등 비수익적 부분은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되는데 이것이 오래되어 생긴 과밀, 불량, 노후화한 지역을 개선할 필요가 생긴다.
또한 재개발은 오래된 조직을 어느 정도까지 손보아야 할 것인가에 따라 두가지로 나뉘는데, 철거재개발과 수복재개발이 그것이다. 철거재개발은 기존의 도시 조직을 깨끗이 한 뒤 새 조직을 심는 것이고, 수복재개발은 보존가치가 있는 부분을 보존, 개량하면서 부분철거, 신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재개발이라면 철거를 한 뒤 새로 짓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수백년동안 생성된 도시의 조직은 각각 나름대로의 필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 전체와 유기적 통합성을 지니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비능률적이고 답답해 보이지만, 오래된 도시의 골목 하나하나는 모두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
철거 위주의 재개발만이 유일한 방법처럼 되어버린데는 공공부분의 책임이 크다. 수복재개발의 경우 경제적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공공재원이 그 손실부분을 보전해 주어야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인천은 구도심의 도시재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정비사업 150여곳이 추진중에 있으며, 그로인한 부작용과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발 방식과 보상문제, 부동산 가격상승, 각종 비리 등으로 지역주민간의 갈등으로 지역공동체의 붕괴까지 우려된다.
재개발이 완성되기까지는 7~8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내에 조합집행부의 불신임, 불확실한 사업성, 시공사 도산 등의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 그 지역은 오히려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고 공동화, 슬럼화가 장기화될 수 있는 역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재개발 사업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 지정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인천 구도심의 경우 역사성과 장소성을 고려한 개발콘셉트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재개발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