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104_43928_3644
▲ 경기도 용인시 죽전지구 일대. 지난 2004년 지적확정 측량시 점선에 표기된 부분을 비롯해 이 일대 1만5천여평의 토지가 성남시 구미동 일대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적제도가 낙후돼 행정구역이 겹치는 지역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종택기자·jtk@kyeongin.com

 

335104_43929_3724
 

 

 

 

 

2005년 12월 완료 예정이던 용인시 죽전택지지구에 대한 지적측량은 당초 예상보다 6개월이나 길어졌다. 측량결과, 용인 죽전동과 성남 구미동 간 토지의 일부가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땅은 하나인데 용인시와 성남시 주인이 각각 1명씩이었던 것이다.

한국토지공사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 때문에 해당기간 동안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공사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인건비, 기계장비대금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이다. 불똥은 민원에까지 튀었다. 불부합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지구내 공사와 관련된 민원은 하나도 해결될 수 없었다.

이처럼 행정구역이 겹치는 지역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수원~의왕, 광주~용인 등 여러곳에 이른다. 1992년 개발된 성남 분당지구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적의 낙후성이 사유재산권 침해(경인일보 6월19일자 3면보도)는 물론 공공영역에도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의 장애물=낙후된 지적제도가 대규모 택지개발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구역이 겹치는 경우는 물론이고 동일 지역 내의 택지개발에서도 단 몇 건의 불부합지가 전체 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토공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화성택지개발지구 토지보상에 들어갔다. 순조롭던 보상작업은 불부합지가 발생하면서 멈춰섰다.

등기부상 5천여평이던 필지가 측량결과 150여평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주는 2개월여 동안 협의매수를 거부했고 마침내는 중앙토지소유위원회에까지 제기됐다. 단 한 건의 불부합지가 2~3개월의 시간을 잡아먹은 것이다. 당시 현장 근무자였던 토공 김모 소장은 "토지 보상시 지적과 현실 경계의 차이가 큰 경우 실측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토지소유주가 버티기로 나서면 수개월의 시간이 그대로 낭비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토공은 이 불부합지 하나 때문에 최소 10억원 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의 걸림돌=우리나라는 아직도 1910년 일제가 만든 지적제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측량원점도 여전히 동경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광복 60년이 넘었지만 지적제도는 여전히 식민지 상태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일본인 명의의 토지가 전국에 넘쳐난다. 실제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6월 기준 일본인 명의로 돼 있는 토지는 서울 여의도 11배 크기인 77.18㎢나 된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 관계자는 "지적도에 남아있는 일본인 토지는 단순히 정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인 명의의 토지는 소유주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로 토지활용도마저 떨어뜨리는 것이다"며 "이는 결국 국가적 손실이다"고 밝혔다.

지적도상의 일제 잔재는 국내 지적기술의 해외진출에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동구권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토지관리를 위한 지적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일류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마케팅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적공사 관계자는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지적제도가 일제 시대에 머물러 있어 기술력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낙후된 지적제도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해외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낙후된 지적, 끝없는 공적피해=건설교통부는 1998년부터 931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의 토지정보의 도면자료를 DB화하는 토지관리정보체계(LMIS)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문제는 지적도가 이미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원재료가 좋지 않는 한 예산낭비일 뿐이라는 의미다.

실제 2006년 기준 전국 163개 지자체 중 102개 자치단체가 LMIS 시스템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61개 지자체마저 부분적으로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또 다른 사업인 국가지리정보체계시스템(NGIS)도 마찬가지다. 공중 및 지하정보를 사용할 수 없는 2차원의 도면 지적체제도 중복행정과 예산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경인일보 6월14일자 3면 보도).

이에 대해 강태석 한국지적학회장은 "국민들이 지적의 낙후성을 부동산 소유자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적은 토지정보 활용의 핵심자료이기 때문에 지적의 낙후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국가경쟁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