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 심사소위는 서울시 자치구의 재산세 가운데 절반을 시세로 전환해 서울시 25개 구청에 골고루 나눠주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자 구에서 넘치는 돈을 사정이 못한 구에 나눠줘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안타깝지만 이 상황은 그저 서울의 얘기일 뿐이다. 올해 인천 도심 8개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0.4%, 2개 군은 18.6%다. 지금 인천은 서울의 부자구처럼 남의 손 안 빌리고 떵떵거릴 형편이 아니다. 지역살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민선 자치시대. 다음달 1일 민선 4기 출범 1년을 맞아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인천지역 구·군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재선에 성공한 이익진(66) 계양구청장의 요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품었던 비수를 완전히 풀어논 형국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 당선직후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을 재확인했던 이 구청장은 정작 취임길에선 조용한 면모를 보였다. 민선 2기 구청장 시절에도 레저관광이 먹고 살 길이란 운을 띄운 터라 모두들 의아해 했다. 물론 물밑에선 정지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구정에 방점을 찍은 날은 취임 7개월후인 지난 2월.

스포츠·레저·관광도시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인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인천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 관련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취임 7개월 동안 아무 얘기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면서 "계양구민들이 반대하면 짓지 않겠지만 구민들이 계양구 발전을 위해서 찬성하고 적극지지 하면 일 하겠다"면서 개발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업이 완공될때까지 행정력을 총 집중하겠다"는 강한 지원의지도 덧붙였다. 사실상 이 구청장의 미래 청사진을 굳히는 자리였다.

이 구청장이 공약한 스포츠·레저·관광도시는 지역 여건을 고려해 탄생했다. 계양구는 전체면적의 76.6%가 자연녹지고, 이 가운데 62%는 그린벨트다. 전체면적의 절반이상이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굴뚝없는 산업만이 지역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때 마침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운하 논의가 본격화 됐고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가 확정되면서 이러한 구상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과의 뱃길이 열리고 구와 연결된 주요 고속도로와 김포공항 등 여러 입지를 고려할 때 이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계획이 성공하면 유람선이나 자동차,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객들이 운하주변에 마련된 운하랜드에 모이고, 아시안 게임을 훌륭히 치러낸 경기장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한다. 계양산에선 골프를 치고 옆에 마련된 테마공원에서 가족과 연인, 시민들이 휴식을 취한다. 자연히 이 시설에 근무할 구민이 생길 것이고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주머니를 열어 구의 재정자립도는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야할 길도 멀다. 롯데건설의 계양산 부지 골프장 건설 계획은 환경부로부터 2번이나 퇴짜를 맞았고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나 다름없는 3차 계획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인운하도 이번 정권에서는 매듭짓기 어려운 모양새다. 인천시에 요구한 아시안게임 경기장 9곳도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