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연고를 두고있는 미추홀 오페라단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21일부터 24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했다.
미추홀 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은 지난해 4월 모차르트의 '돈조반니'로 지역 음악팬들과 조우했으며, 그간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인천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했던 이 단체의 7번째 정기공연작이다.
마우리치오 발딘이 지휘하고 신금호(피가로), 김지단(백작), 양선아(백작부인), 이세진(수잔나), 김지선(케루비노) 등이 무대에 올랐던 22일 저녁 공연에 다녀왔음을 밝힌다.
발딘이 지휘하는 루마니아 미하일 요라 오케스트라는 유명한 이 오페라의 '서곡'으로 무대의 막을 올렸다. 발딘은 음의 프레이징을 짧게 가져가면서 매우 솔직 담백한 모차르트를 조형하고 있었다. 이는 '서곡'에서 다소 밋밋한 형태로 다가왔지만, 본 막에선 그 효과를 제대로 표출하고 있었다. 즉 가수들의 노래 소리를 해치지 않으면서 가사의 전달에도 세심히 배려해 청중은 성악과 기악의 충돌없는 소리를 편안하게 받아들일수 있었다.
또한 이 오페라의 특징은 아름다운 아리아 뿐만 아니라 2중창 이상의 수많은 중창들이다. 이 또한 발딘의 지휘하에서 작품이 추구하고 있는 '화합'의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었다.
미추홀오페라단의 이번 무대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연출이며 그 연출을 받쳐주고 있는 무대미술일 것이다. 연출자 신금호는 이번 무대의 배경을 지금으로부터 300년 후로 설정했다. 3차 대전이 발발하고 난 후로, 등장 인물들은 손에 총을 들고 다니며 무대 의상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러한 노력은 신선미를 느끼게 해 주었고, 독창적이면서 참신한 무대미술 또한 그 재미를 더해주었다. 아마도 그날 모인 학생 관객들을 비롯해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청중은 200여년 전의 '피가로의 결혼'보다는 좀 더 친숙하게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본의 번역에 있어서 최근 인터넷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인 '훈남'(잘 생긴 사람을 지칭)이나 '완소'(완전 소중한의 줄임말) 등의 사용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품의 배경과 현재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어도 고전적인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번역은 예술적 본질의 재현에 있어서 배치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토 솅크가 연출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제임스 레바인 지휘)의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는 작곡자의 의도를 가장 충실히 따른 고전적인 연출이면서도 바그너의 이 거작을 접하는 초심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길잡이로 꼽힌다. 아울러 파트리스 셰로가 연출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피에르 불레즈 지휘), 하리 쿠퍼가 연출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다니엘 바렌보임 지휘)과 함께 3대 연출로 꼽히는 프로덕션이다.
이와 같은 예는 관객에게 보다 충격적이고 현란한 장면을 통한 새로운 연출로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석적인 원전연주 등 새로운 시각들을 반영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미추홀오페라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인천이 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할 수 있다. 아울러 서울 중심의 국내 오페라 보급 문화에 도전장을 냈다고 할 정도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을 비롯해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베르디의 무수한 작품들과 비제의 '카르멘' 등의 평이한 오페라 공연에 대한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인천 오페라의 주인인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