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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이가 진행중인 성주산
인천 계양산에서 시작된 녹지는 원적산~만월산~성주산~소래산~문학산으로 이어지며 'S자축'을 형성한다.
성주산과 소래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그 축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탐사단은 지난 23일 네 번째 탐사에서 S자축의 끝자락인 성주산과 소래산, 24일엔 문학산과 청량산에 올랐다.
같은 기간 물줄기 조사팀은 한남정맥에서 발원해 김포 일대를 흐르는 하천 탐방에 나섰다.

#한남정맥에서 발원한 김포 하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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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탐사시작에 앞서 사전 회의→ 성주산 마루금선상 군부대 훈련장→ 성주산 군부대 철망따라 걷는 길→ 소래산 등산로의 폭을 재고 있다.
23일 물줄기 조사팀은 한남정맥 김포지역에서 발원한 물줄기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포내천(문수산 옹정리 발원), 서암천(문수산 고정리), 봉성포천(학운산 유현리), 그리고 문수산 뒤편 용강리에 있는 소하천이었다.

이곳 하천은 한남정맥 마루금을 기준으로 한쪽은 한강하구로, 반대편은 서해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한강과 바다 합수지점에 수문을 막고, 하천에 둑을 쌓기 전까지 이곳 하천은 갯벌 형태의 습지였다.

이곳에서 꼬마물떼새, 중부리도요 등이 바닷가 갯벌에서 작은 게, 말똥망둥어, 갯지렁이 등을 먹고 있었다. 서암천 상류부근 숲에는 물박달, 참나무류 나무 등이 다양하게 자라고 있었고 습지에는 청호반새 한 쌍과 유혈목이(뱀) 서식하는 걸 발견했다.

문제는 하천 주변을 따라 늘어선 파란 지붕이 덮여진 소규모 공장들이 하천 오염원으로 작용하는 점이었다.

발원지를 따라 올라갈수록 물색깔은 거무스름해졌고, 강바닥은 생활하수와 오폐수 유기물로 인해 검붉은빛을 보였다.

"토요일, 비오는 날이면 냄새가 심해. (포내천 상류에) 물고기가 있는데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그래. 그럴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오폐수 나오는 곳을 찾아나서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하천 풀숲 같은데 숨어있는 비밀배출구가 어찌나 많은지." 옹정리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홍기환(73)씨 말처럼 하천은 이처럼 병들어가고 있었다.

이날 조사에 나선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 노현기(44·여) 회원은 "한강하구는 우리나라 5대 국가하천 가운데 하구가 열려있는 유일한 하천"이라면서 "이곳 수질에 큰 영향을 주는 한남정맥 발원 하천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숲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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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산 등산로의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
지난 23일 부천시 송내역 남부역 출구에서 탐사단은 서울외곽순환도로 장수IC 도로에서 네 번째 산행을 시작했다. 부평가족공원이 있는 만월산 산자락으로부터 성주산으로 이어진 한남정맥 마루금(산등성이)에는 군부대와 훈련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탐사단은 이날 탐사에서 군부대 경계를 둘러싼 철망과 '통행금지' 경고판과 자주 맞부딪혔다. 장수IC 일산방향 도로 옆에 길게 난 콘크리트 수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 탐사단은 각종 시설물이 있는 군 훈련장을 통과했다. 희미하게 이어진 등산로 주변에 길게 뻗어있는 소나무는 길을 걷는 이에게 어두침침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전했다.

이날 탐사에 참가한 인천 녹색연합 이장수(44) 운영위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조림 사업으로 이뤄진 숲의 전형적 모습이죠. 수종이 다양하지 않잖아요. 괜스레 어두침침한 느낌도 들고. 그런데 저기 나무 사이사이 고개를 들이밀고 푸른 잎을 내고 있는 나무들을 보세요. 숲이 천이가 진행 중인 거예요."

상수리나무와 갈참나무 등 키작은 참나무류 식물이 나무그늘 아래 녹색잎을 내고 있었다. 이들 나무가 햇빛을 더 받기 위해 제 키를 높여가면, 소나무는 참나무에게 자리를 뺏기고 말라갈 것이다. 숲의 천이(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천해가는 현상)가 진행될수록 숲은 다양한 종과 안정된 생태계를 간직하게 된다. 이렇게 성주산 훈련장 소나무숲은 보통 100년 이상이 걸린다는 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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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암천변 낙차보 비누거품
■등산로 폭, 깊이 재보기
"200를 지날 때마다 '뚜벅이'(위치확인스위치)를 누르고 직접 등산로 폭과 깊이를 재볼 거예요. 자 시작해 볼까요."

탐사단은 성주산에서 소래산 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부터 역할을 나눠 일정 구간마다 등산로 폭을 쟀다. 지난 3차 탐사 구간에서 발견한 '넓어지는 등산로'를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탐사에 참여한 이성호(31)씨는 GPS(위성 위치확인 장비)를 목에 걸었고, 이장연(31)씨는 줄자를 한 손에 쥐었다. 인천 녹색연합 신정은(29·여) 간사는 빈 칸이 그려진 종이를 들고 이들이 일러주는 수치를 기록했다. "폭 2.8 깊이 40㎝예요. 등산로 끝부분 수풀이 닳아 없어지고 있어요. 침식이 진행 중인가 봐요."

등산로 폭이 줄자 길이 3.5를 넘어서는 구간도 많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소래터널 위에 이어진 등산로에는 굵은 자갈과 돌덩이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등산로 중간에 있는 나무는 그 뿌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신 간사는 "이런 상태에서 폭우가 내리면 자갈과 돌이 쓸려내려가면서 바닥면 침식이 이뤄질 거예요"라며 걱정했다.

소래산을 오르던 등산객 중 일부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이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한 등산객은 "매주 산에 오르지만 등산로 폭이 넓어지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이렇게 다시 보니까 넓긴 넓네"라고 말했다.

이성호씨도 "인천 인근 산은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지만 많은 걸 보지 못한 것 같아요. 탐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배우네요"라고 말했다.

■ 탐사일정 6월 23일: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IC~성주산~소래산24일:문학경기장~문학산~청량산

■ 한남정맥 시민탐사단 참가자: 문학산지킴이 김형문(61)·백기용(61)·이서기(57) 회원,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 노현기(44·여) 회원, 인천녹색연합 장정구(36) 국장·신정은(29·여) 간사·이장수(44) 운영위원·이성호(31)·심유정(39·여) 회원, 이장연(31)씨, 경인일보 사회부 김명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