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제로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행자 우선의 교통정책, 도로·신호등 등 도로시설 구조 변경과 함께 운전자·보행자의 안전의식 전환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경인일보는 정책변화, 의식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교통사고 후진국에서 탈출하자는 강력한 권고 차원에서 시리즈 제목을 캠페인성으로 바꾸게 됐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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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넉넉지는 않지만 부인, 세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1998년 4월 20일 오전 7시, 업무차 트럭을 몰고 포천방면으로 판교~구리간 고속도로를 질주하던중 구리시 사로동 부근에서 갑자기 날아든 차량이 박씨의 트럭 전면을 치고 나갔고, 그 충격으로 박씨의 트럭에 실려있던 적재물이 쏟아지면서 뒤따르던 차량이 박씨의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갑자기 날아든 차량은 같은 방면으로 가던 차량으로, 이 차량 운전자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차량과 부딪치면서 반대편 중앙선으로 넘어가던중 박씨의 차량 전면을 치고 나간 것이다.
박씨는 이 사고로 하지가 마비되는 지체장애인(1등급)이 됐고,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씨의 삶은 그때부터 천길 나락으로 떨어졌다. 보상비로는 치료비도 감당키 어려웠다. 퇴원후 박씨의 간호 때문에 부인은 일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 특히 사고 당시엔 어렸던 아이들이 지금은 초·중·고교생이 됐다. 박씨는 전세를 줄여가면서, 은행에서 빚을 져 치료비와 생활비로 버텨야 했다. 간혹 형제들의 도움도 받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몇해전부터는 형제, 처가 식구들과 연락이 두절됐고, 현재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 '자동차사고 피해가족 생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아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박씨처럼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의 육신적 고통은 물론 부인과 유자녀 등 가족이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족의 수가 연간 8천여명이 새로이 생겨난다고 교통안전공단 경기지부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지난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자동차사고 피해가족에 대한 생계지원사업 신청자 수다. 따라서 이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않거나 경증장애인이지만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유자녀까지 합치면 그 수는 실로 엄청나다는게 교통안전공단 경기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녹색교통운동측이 추정하는 '교통사고 유자녀'는 10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추정치 역시 정확치 않다. 우리나라에선 그 어느 기관도 교통사고 유자녀 수를 조사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유자녀는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중 한 사람이 사망하거나 혹은 중증후유장애를 입은 가정의 만 18세 이하의 자녀를 말한다.
이들은 경제적 활동을 하던 부모가 갑작스레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경제적 고통은 물론 가족 전체의 심리적 공황, 가족관계 위기 등 복잡한 문제에 맞부닥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인해 유자녀 자신들의 삶에도 타격을 주는 후유증을 겪는게 다반사라고 녹색교통운동측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중 교통사고 사망률은 1위란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6천327명에 달했다.
교통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내게도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불행한 사고다. 교통법규를 지킨다는 것은 나와 남을 함께 배려하는 기본이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 그 자체가 나의 가정을 행복하게 지키는 귀결점이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