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이번 회기에는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뒤집기 뉴스가 나왔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만일 이번에 또 미루어지면 여러 대학과 학생, 수험생들의 낭패와 손실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
나의 이런 조바심과는 달리, 밤 11시가 넘고 30분이 지나도 고대하는 뉴스는 뜨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뉴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 회기가 끝나는 자정 3분 전에 로스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긴급 뉴스. 심야인데도 여기저기서 축하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다.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이로써 사개추위가 2년 동안 역동적으로 추진해온 사법개혁 작업은 대체로 마무리가 된 셈이다.
되돌아보건대, 사법개혁의 여러 과제 중에서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재판제의 도입, 수사기관 조서 중심 재판의 폐단을 바로잡는 공판중심주의 확립 등이 유난히 힘들었지만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의 찬반양론이 뜨겁기로는 로스쿨법이 단연 으뜸이었다. 이 법안을 눈 흘겨보는 국회의 늑장부리기 또한 메달감이었다.
10여년 논란 끝의 '만성(晩成)'이라고 해서 꼭 '대기(大器)'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국회가 직권상정 처리라는 비상절차를 밟았는데도 별다른 비판, 비난이 없는 것은 입법 내용을 평가하기 전에 우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로스쿨 입학 총 정원의 책정은 그동안 큰 관심사가 되어왔다. 그렇다고 로스쿨 논의가 이 문제에만 묶여 있다시피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법학계나 법조계에서도 입학정원 논의에만 매달리지 말고, 어떤 사람을 뽑아서 무엇을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법학적성시험, 교육과정, 강의방식 등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 개발을 해서 정부와 학교 그리고 교수들이 서로의 숙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로스쿨에서는 지금의 법대(학부)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납득할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실무교육을 병행한다는 정도의 말은 정답이 되지 못한다. 학부 4년의 법학전공자와 비법학전공자를 어떻게 같은 수준에 놓고 강의를 할 수가 있을까, 이 점도 난제 중의 하나다.
물론, 지금 교육인적자원부 당국이나 각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챙기고 있겠지만, 로스쿨 교육의 본질문제에 맞닿아 있는 사안들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은 채 단지 입학 정원을 둘러싼 격론만 되풀이하는 것은 교육자나 법조인의 양식에 합당한 일이 아니다.
대학사회의 로스쿨 과열을 이해는 하면서도 그 정도와 행태에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민주사회에서는 사법부를 포함한 법조계도 여러 직역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그 직분이 다소 중요시된다고 해서 로스쿨을 놓고 사생결단이라도 할 듯이 나서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본 정부는 로스쿨(법학대학원) 설립을 원하는 모든 대학에 인가를 내주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졸업생이 나온 작년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학교 측이나 수험생, 재학생 모두가 난감해졌다. 낙방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입학 정원 및 인가 학교 수의 적정 여부와 함수관계가 있다. 그것은 낙방생 개개인의 불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정책 실패의 탓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일본의 한 교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시행착오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