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에 이어 한미 FTA에 이르기까지 최근 세계무역의 흐름은 완전경쟁 시장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각 국가들이 예외적으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지적재산권(인간의 지적활동 성과물)이다.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에게 이미 관광명소가 된 베이징의 '슈수이제'상가는 '짝퉁천국'으로 최고의 상권을 자랑하였지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짝퉁물품이 거래되는 음성적 장(場)에서 전통 공예품이나 비단 등을 판매하는 품격있는 시장으로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더 이상 모조·복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통한 무임승차식 무역 방식을 고집하는 한 중국은 세계 무역의 중심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적 고립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중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홍콩은 지재권 창출 촉진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박람회를 개최하였고 인도의 경우 특허인력양성을 위한 지식재산관리기관 설립을 추진하였으며 '세계지식재산의 날'을 기념해 독특한 발명품을 선보이고 있는 호주의 사례 등 세계는 지적재산권에 초점을 맞추어 무역의 새흐름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청 등 국가기관이 주가 되어 위조상품 근절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06년 WCO Trophy를 수상하는 등 지재권 분야에서 국가이미지의 점진적 향상을 가져왔으나, 아직까지도 국산 짝퉁물품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세계 무역에서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재권 측면에서 국제적 위상을 새로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국제무대에서 저평가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제도 보완을 통한 짝퉁물품의 근절이 필수적이겠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짝퉁 물품이 넘쳐나는 현실을 가져온 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선행되고, 그 분석에 기초한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급증하는 짝퉁 물품의 공급은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하며, 이는 명품 소유를 열망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심리의 저변에 놓인 것은 우수한 품질에 대한 만족이나 '명품'이 가지는 고급 이미지에 대한 욕구 등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같은 '명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다. 기존의 대안이란 이미 '명품'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가진 사람들에게 '명품' 소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명품'에 대한 수요자들의 안목과 소비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만의 '명품'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섬세한 수공예 기술이 탁월했음은 물론, 더 나아가 단순한 기술적 차원을 넘어 '혼'을 불어넣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문화유산을 창조하였다. 그와 같은 저력은 70~80년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9연패의 쾌거를 거둔 한국 청소년들의 모습으로 이어졌으며 지금도 각 분야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나라만의 '명품'을 생산해 낸다는 것이 현실불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 우수한 인재가 있고, 한국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은근과 끈기로 세계 최고의 품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필연적으로 명품을 이끌어 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만의 새로운 '명품'으로 세계 무역에 도전하고 거듭나는 국가 신인도를 바탕으로 탄탄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현재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 할 것이다.
/안승국(인천공항세관 통관전문관)
지적재산권과 명품
입력 2007-07-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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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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