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지난주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4%에서 4.5%로 0.1%p 상향조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재정경제부도 당초 전망보다 0.1%p 높아진 4.6%로 전망치를 수정하였다.

이렇게 각 기관들이 경제성장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예상보다 훨씬 견조한 상승흐름을 타고 있는 세계경제를 들 수 있다.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로지역과 일본경제가 견실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고성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올해 중 4.8%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경제 호조에 힘입어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은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아울러 우리나라 수출추세에 1~2분기 정도 선행하는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계속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OECD 경기선행지수도 올해 들어 상승세로 전환된 바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세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과 더불어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문의 회복세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경기회복의 가시화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디지털 가전·자동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국내기계수주가 두자릿수 내외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자본재 투자의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상반기에만 10%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최근 과열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주가상승은 부(富)의 효과로 인한 가계소비 확대로까지 이어져 침체된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편,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우리 경제의 상승세 지속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중국, 유로지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가시화로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축소되면서 하반기에도 미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져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도 큰 불안요인 중 하나이다.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증산 능력 제약과 지정학적 위험의 장기화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배럴당 95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였다.

지표경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일반 서민들의 체감경기 회복이 미진한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소매, 음식숙박,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는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던 북한 핵문제가 최근 해결 국면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처럼의 경기상승 모멘텀을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유가, 환율 등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각종 요인에 대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한 선제대응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