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걸으면 건강하다.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걸으면 즐겁다. 걸으면 눈높이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걷는 사람이 많으면 장사도 잘 된다. 걷는 사람이 많을수록 범죄도 줄어든다. 부디 도시를 만드는 모든 행위들은 '걷고 싶은 도시'라는 명제에 귀착되어야 한다.
결코 차를 위해서도, 분양을 위해서도, 화려하기 위해서도,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걷고, 내 가족이 걷고, 아장아장 아기도 걷고, 어르신도 걷고, 장애인도 휠체어로 걸을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우리 도시의 미래는 있다. 똑같은 개발을 하더라도 걷고 싶게 만드는 묘수란 무한하다. 그것에 승부를 걸자.
서울의 인사동과 청계천은 걷고 싶은 곳이다. 인사동 거리에는 골동품도 있고, 젊음이 있는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걷고 싶은 거리이다. 인사동 거리는 서울 심장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청계천은 어떠한가? 소음과 혼잡, 매연의 상징이었던 곳이 자연생태환경으로의 복원과 역사문화공간으로 회복되었다. 푸른 물길이 흐르는 시민 여가와 휴게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청계천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코스가 되었고 청계천 주변의 상권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인천시는 명품도시 조성을 위해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고품격 인프라 구축' '명품 브랜드 개발' '선진 시민의식 함양'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이 쾌적한 것인가? 무엇이 고품격인가? 무엇이 명품이고, 선진 시민의식인가? 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송도에 해돋이공원, 미추홀공원 등 수십만평 규모의 공원이 준공되었다. 한번 가본 사람은 규모와 시설면에서 감탄과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명품이다. 하지만 꼭 이런 식의 것만이 명품이 되어선 안된다.
인천은 오랜 역사와 문화라는 특별한 성격을 지닌 곳이다. 우리는 이러한 곳을 '장소(place)'라 한다. 도시에서 장소는 어떤 특별한 자연, 역사적 기억, 이용의 습속, 기념적 상징 등이 작용하며 만들어진다.
이러한 장소를 곧 인위적으로 급조하기는 어려우며, 여러 시간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숙성되게 마련이다. 예술의 전당을 세웠다고 하여 그곳이 곧 문화의 장소가 되지 못하며, 독립기념관을 세웠다고 국민적 장소가 되지 못한다.
인천의 차이나타운, 개항기 근대건축문화거리, 신포동 패션거리, 배다리 헌책방거리, 경동 가구거리, 부평 풍물문화거리, 여러 테마의 거리 및 재래시장 등은 체험하는 문화의 거리, 걷고 싶은 거리로서 충분한 장소성을 갖고 있다. 예산과 지혜를 모아, 활력 있는 공간으로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도시재생이며, 명품도시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걷고 싶지 않게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우자.
우리는 도시에서 걸을 권리가 있다. 시장도, 구청장도, 공무원도, 기업가도, 도시계획가도, 건축가도 걷는 마음으로 도시를 보라. 눈높이에서 도시를 보면 도시는 비로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