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23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을 제안한 가운데 정부가 피랍자 귀환을 위해 정부 대책반을 현지로 파견하는 등 석방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장세력의 요구를 수용할 지 여부다.

   과거 탈레반이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인질을 풀어준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아프간 주재 특파원인 대니얼 마스트로쟈코모 기자의 신병 처리가 대표적 살례. 마스트로쟈코모 기자는 지난 3월 5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통역, 운전기사와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다가 2주일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당시 탈레반은 ▲아프간 주둔 이탈리아군 철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탈레반 공격 중지 ▲카불 교도소에 수감된 탈레반 대변인 등 3명의 탈레반 수감자 석방 등을 요구했는데, 이중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탈레반 수감자 석방임을 넌지시 암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탈레반의 요구대로 수감자를 풀어주도록 아프간 정부를 설득했으나 아프간 정부는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 아래 난색을 표하다가 자국 주둔 이탈리아 병력이 철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마침내 탈레반 재소자 5명을 풀어주는데 동의했다.

   마스트로쟈코모 기자는 무사 귀환했지만 국제 사회는 이를 `극단주의자의 승리'로 받아들이며 분노했다.

   특히 미국, 영국 등 서방은 마스트로쟈코모 사건 처리가 탈레반의 납치를 부채질할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실제 탈레반은 이어 4월초에도 프랑스 구호요원 2명을 납치하고 이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 나토 일원으로 주둔중인 프랑스군의 1주일내 철수 등을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당당히' 요구할만큼 대담해졌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선뜻 석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석방→납치 확산'의 악순환 고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데다 국제 사회의 여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이 본질적으로 아프간 정부의 손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해 아프간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협상은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아프간 정부가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거래'에 동의해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앞서 마스트로쟈코모 기자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줄 때, 국제사회에서 비난여론이 들끓자 이를 단 한 번에 한하는 `1회성 거래(one-time deal)'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인질 가운데 무사히 돌아오지 못한 사례도 있어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3월11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독일회사 직원인 알바니아인 4명은 차량 이동중 납치됐다가 결국 죽음을 맞았다. 같은 해 4월28일 아프간 이동통신회사 로산사(社)에서 일하는 인도인 기술자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이라크에서도 2005년 이라크 저항조직이 미국인을 납치, 미군이 구금 중인 저항세력 수감자 석방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가 미군이 이에 응하지 않자 미국인을 살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