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과의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 시한이 23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으로 24시간 연장된 가운데 사태의 전개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탈레반에 자국인이 인질로 잡혔다가 협상 끝에 풀려난 `이탈리아 모델'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가즈니주(州)에서 지난 19일 한국인들이 단체 납치된 이후 사태 전개 상황이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가 납치됐을 때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대니얼 마스트로쟈코모 기자를 납치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이탈리아 군 철수 뿐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의 탈레반 공격 중지, 카불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탈레반 대변인 등 3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탈레반측이 요구하는 대로 탈레반 죄수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테러 조직과의 협상은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과 영국 정부를 의식하면서 속절없이 시간을 보냈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탈리아 기자와 함께 납치한 현지인 운전기사를 본보기로 살해하기도 했다. 이에 다급해진 이탈리아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설득, 결국 탈레반 죄수를 석방시키는데 성공했고, 이탈리아 기자도 풀려났다.

   이번 사태도 이탈리아 기자 납치사건과 요구 조건부터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탈레반은 석방조건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 철수와 함께 탈레반 죄수 23명 석방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납치사건이 발생하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긴급 메시지를 직접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이탈리아 모델과 같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총체적인 외교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탈리아 기자 납치 때와 같이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자는 탈레반 측 제안을 또 다시 용인할 지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 기자가 석방된 후 테러조직과 협상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나토 동맹국들의 비난을 받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탈레반 죄수 석방은 `1회성 거래(one-time deal)'라고 못박은 바 있다.

   이탈리아 기자 납치사건 때의 전례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죄수를 풀어주는 결단을 설득하는 몫은 일단 한국 정부에게 무거운 짐으로 떠넘겨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