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디로 덮인 언덕 곳곳에는 워터해저드 용도로 추정되는 웅덩이가 갖추어져 있다. /김명래기자·problema@kyeongin.com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공사)가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는 매립지내 골프장건설 문제와 관련, 각 관계기관 사이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쓰레기 매립이 끝난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은 이미 골프장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공사는 쓰레기 매립이 마무리된 장소에 대한 '사후관리' 차원에서 한 녹지조성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를 곧이듣는 사람은 없다. 공사 내부는 물론이고 인천시나 환경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서도 제1매립장에 골프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절차만 따지면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수도권매립지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행정절차가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이다. 현재 폐기물관리시설로 돼 있는 것에 체육시설 용도를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공사는 2005년 5월 인천시에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 신청을 했다가 1년여 만인 2006년 6월 퇴짜를 맞았다. 공사가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법적 요건에 맞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사는 여러가지 보완서류를 첨부해 2개월 만에 다시 신청했다.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 재신청을 받은 시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행정상으론 제1매립장에 골프장을 건설할 수 없는 것이다.

공사의 골프장 조성과 관련, 수도권매립지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환경부와 서울시의 견해도 각각 갈린다. 환경부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이고, 서울시는 반대입장이 분명하다. 다만 인천시는 이곳에 골프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면적으론 환경부와 서울시의 동의가 우선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서로 반대여론을 의식해 먼저 나서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가 처음에 반려한 사유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38조 규정에 따른 '용도·용도제한기간'이 불명확하다는 것이었다.

시행령은 '사용 종료되거나 폐쇄된 매립시설이 소재한 토지의 소유권 또는 소유권 외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는 그 토지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 토지이용계획서를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시는 환경부에 제출한 토지이용계획서를 요구했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골프장 건설이 포함된 토지이용계획서를 제출했고, 이에 환경부는 주민, 학계, 시민단체, 국회의원, 환경단체, 관련업계 관계자 등의 의견을 모은 '여론수렴 보고서'를 요구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여론수렴 보고서가 포함된 '사용종료 매립장 사후관리를 위한 부지활용계획안'을 환경부에 냈다. 환경부는 이후 용도확정 승인, 불승인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산하기관의 골프장 조성에 대한 주민 공감대를 조성하고 민원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공사가 제출한 서류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시는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해 현재 공유수면매립 면허권자인 환경부와 서울시에 사업동의를 요구했다.

매립면허권의 71.5%를 갖고 있는 서울시는 '매립 목적에 따라 1매립장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적으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골프장은 쓰레기 매립지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이곳에 다시 쓰레기를 매립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 매립지에 골프장이 생기고 관리공사 직원들이 골프장 직원이 되면 더 이상 이곳을 재활용해 매립할 수 없게 된다"면서 "서울시 공식입장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골프장 건설 반대"라고 못박았다.

도시계획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인천시 개발계획과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이 내려진 뒤에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다"면서 "폐기물관리법 54조는 사용 종료된 폐기물 매립시설에 체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그 범위에서 진행된 것인지에 대해 알아본 뒤 조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 고형필 공원개발처장은 "골프장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1매립장 사후관리를 위해 잔디와 수목을 조성한 것이다"면서 "드림파크라는 기본계획 아래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고, 골프장 조성을 할 수 없다면 공원으로 꾸미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