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배구선수다. 그가 선수촌을 이탈했다고 해서 징계를 당했다. 국내경기 1년 출장정지. 친절히 징계 이유도 곁들였다. 병역혜택을 받고도, 정작 중요한 국제경기를 위한 훈련을 무단이탈했기 때문이란다. 말하자면 상대국을 이롭게 한 이적죄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병역을 마치기 위해 단기훈련을 받겠다는 무단이탈의 명분은 매도되었다. '싸이'한테는 재입소를 명하면서, 김요한의 훈련소 입소는 특혜라는 논리. 국제경기가 국가의 안전보장보다 중요하다는 잣대를 보면서 묻는다. 국가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보장한다는 병역제도는 과연 무엇인가.
반값 골프장. 농민이 토지를 출자하여 배당받고, 시행사가 자금을 조달해 골프장을 건설한단다. 절대농지 사수에 목을 매던 정부가 구차한 변명을 곁들이면서 왜 농지에 골프장을 세우는 것일까. 'FTA로 몰락할 농촌의 붕괴를 막고, 수출은 국가의 현실임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뭐 그런 상투적 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해외로 골프하러 가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반값 골프장을 만든단다. 황당하다. 내가 아는 골퍼들은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제 시골의 내 친구도 살기 위해서 곡괭이와 쇠스랑 대신에 골프채를 잡아야 할 판이다. 그러나 값으로 골퍼를 낙인찍는 천박스러움과 토지를 농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보지 않는 그 무지함이 답답하다.
김흔태와 박영수. 중국 칭다오의 한복판에서 제조업을 하는 CEO다. 김 사장은 한국에서는 한물갔다는 의류를, 박 사장은 공조기계를 만든다. 다들 어렵다는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했고, 그리고 버티고 있느냐는 상투적 질문을 했다. '원가절감, 기술력 향상, 조세감면, 무노조 등'. 뭐 그런 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최고의 기숙사 시설과 음식'을 성공의 비결로 들었다. 직원들을 어떻게 모집하느냐고 물었다. 인터넷 아니면 신문광고. 그는 웃었다. 명절이 끝나면 직원들이 친구들을 데려 온단다. 지난 명절에는 800명이 몰려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 때문에 곤혹을 치렀단다. 우리들의 잣대로 한물갔다고 낙인찍은 신발에도, 의류에도 첨단이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었다. 제조업에 취직하느니 백수의 길을 선택하는 한국. 일을 하겠다고 전국에서 우수한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중국을 보면서 묻는다. 한물간 것은 무엇이고, 첨단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루칭시(盧靑錫)와 선정우(申政武). 중국해양대 교수다. 그들이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칭다오·기타큐슈·인천의 시정부·대학·연구기관·기업 등이 참여하여 물류·기업·세제·토지 등의 문제를 연구하자는 것이다. 일부 한국기업이 중국법 등을 무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제안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과연 8천개의 한국기업과 30만명의 한국동포가 있다는 칭다오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중국을 짝퉁과 제조업으로 낙인찍어 버린 사이, 독일의 식민지 유산인 칭다오 맥주를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킨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적 식견도 없이 낙인을 찍어대는 우리현실을 보면서 묻는다. 기본 바탕도 없이 어떻게 첨단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칭다오 맥주를 봐야만 우리들의 경박스런 잣대가 바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