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1년이면 인천시민공원(구 부평공원묘지)이 공원묘지를 겸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거듭난다. 이에 따라 이르면 10월께 이를 위한 첫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1940년대 조성된 이래 변화를 앞두고 있는 인천시민공원. 불·탈법으로 얼룩진 인천시민공원의 마지막 여름나기 현장을 둘러보았다. <편집자주>
지난 30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구 부평2동 인천시민공원. 공원 입구부터 대형 파라솔 몇 개를 이은 꽃집 여럿이 인도와 차도를 점거하고 있었다. 도로에 주차된 차와 꽃집, 도로로 걷는 사람을 피해 공원 입구로 들어섰고, 장묘관리소를 지나 합동분향소인 '추모의 집' 부근에 차를 댔다.
가까이에 화장장이 보이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좌우 순환도로가 눈에 띄었다. 폭 4정도의 순환도로는 시멘트 포장이 잘 돼있어 등산로 역할을 한다.
화장장 주차장엔 대형버스가 여러 대 주차돼 있고, 화장장 안에는 마지막 고인을 보내는 가족들의 오열이 끊이질 않았다.
30도를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순환도로는 등산객들로 넘쳤다. 추모의 집을 등지고 산 정상을 향해 난 ○자형 순환도로를 오르니 불법천지다.
도로변 자투리 땅에는 호박이 심어졌다. 정상쯤엔 20㎡ 규모의 땅에 고추와 참깨가 심어졌고, 철조망과 안전펜스로 울타리가 만들어진 또다른 곳에선 옥수수와 호박, 참깨가 자라고 있었다. 엄연한 불법 경작이다. 관리소측은 단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식물이 자란 상태로 봐선 제대로된 단속은 아니다.
등산객을 노린 음식점도 십수년째 성업중이다. 방송사가 촬영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곳도 있고, 물을 따로 대주는 사람도 생겼다. 등산로 구간 통틀어 10여곳이 영업중이다.
취사 금지구역에서 미신고 음식점이 화재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산 정상쪽 S포장마차는 나무 밑에 평상을 만들어 놓고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찌개를 끓여 손님을 대접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개조된 차량도 여럿 눈에 띄는데 등록된 차량이어서 개조 자체가 불법이다.
한 음식점 사장(여)은 "30대 후반부터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10여년이 흘렀다"면서 "매년 서너차례 단속에 적발되고 있지만 과태료를 내면서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없이 당장 그만 뒀다가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음주사고.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등산객은 물론 차를 몰고온 사람까지 한잔씩 들이켜고 있다. 취재 도중에도 술을 먹다 말고 차를 운전해 동료를 데려오는 운전자도 있었다. 특히 이 주변은 경사가 가팔라 위험천만한 곳이다.
등산객 권모(53)씨는 "이곳의 음주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면서 "특히 이곳은 경사가 심해 잘못하면 묘지쪽으로 굴러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편집자주>
또 다른 등산객 이모(46·여)씨는 "한쪽에선 경건한 추모가 이뤄지고 있는데 반대편에선 흥청망청하는 모습이 아이러니"라면서 "그동안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간헐적인 단속은 곤란하다"면서 "사업이 착공되면 (모두)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