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상관없이 일찌감치 관객 공략에 나섰던 공포영화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4월 개봉한 '극락도 살인사건'과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한국 공포영화가 이미지와 스토리로 무장한 두 편의 영화를 내세워 막판 공략에 나선다.

   1일 개봉한 '기담'(감독 정가형제, 제작 영화사 도로시)과 9일 개봉하는 '리턴'(감독 이규만, 제작 아름다운 영화사)이 그것. 우연히도 두 편 모두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기담'은 한국 공포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이미지 중심의 공포영화로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고, '리턴'은 범인을 쫓아가는 과정이 촘촘히 엮여 있다. '기담'이 작품성이 강하다면, '리턴'은 상업적 색채가 흠뻑 묻어난다.

   1942년 경성의 안생병원을 무대로 한 '기담'은 슬프고 기이한 이야기를 병원 내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내용상 세 편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지만 모두 병원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진다. 영화에 딱 어울리는 프로덕션 디자인이 일단 눈에 띈다. 아담하면서도 슬픈 사연을 간직한 듯한 병원 건물은 그 자체로도 신비감과 함께 왠지 모를 두려움을 전해준다.

   얼굴도 모르는 병원 원장의 딸과 어린 시절 약혼해 결혼을 앞둔 정남(진구 분)이 어여쁜 여고생 시체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에피소드와 당시 최고의 뇌수술 전문가인 동원(김태우)이 밤마다 몽유병 환자처럼 사라지는 아내 인영(김보경)에게서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고민하는 에피소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남아 병원에 온 아사코(고주연)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이수인(이동규)의 에피소드 등 세 편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큰 줄기를 이룬다.

   세 편 모두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를 내레이션보다는 이미지로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특히 정남의 결혼을 묘사한 판타지 장면은 뛰어난 미장센을 보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비해 '리턴'은 스릴러 장르의 매력인 반전에 공을 들였다.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 있는 '수술중 각성'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소재로 한 영화로 류재우(김명민), 강욱환(유준상), 오치훈(김태우), 장석호(정유석) 등 네 명의 남자를 연쇄살인범의 용의자로 올려놓는다.

   전반부 드라마의 생략이 찜찜하게 느껴지지만 중반 이후로 들어서면서 '누가 연쇄살인범 나상우인가'라는 한 가지 지점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관객이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턴'은 상업적인 면모에 충실하다. 김명민은 "감정이 살아 있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스릴러"라며 자신의 출연작에 대해 설명했다.

   별다른 영화적 장치는 없지만 네 남자배우의 호연이 극에 집중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두 영화의 연관 관계를 찾는 것도 재미있다.

   '리턴'의 김명민과 '기담'의 김보경은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의사와 내연녀 관계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김명민은 '리턴'을 '하얀 거탑'보다 먼저 찍었고, 김보경 역시 '하얀 거탑' 출연 전 이 영화 출연을 확정지었으니 둘 다 '하얀 거탑'의 후광 때문에 출연한 건 아니다.

   김태우는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리턴'과 '기담'에서 모두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는 것. 이 때문에 홍보를 위한 인터뷰에 나서기도 난처한 입장이다. '기담'과 '리턴'의 시사회가 하루 차이로 열려 두 곳 모두 참석하며 "'기담'은 '기담'대로, '리턴'은 '리턴'대로 봐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해야 했다.

   각기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는 두 편의 공포영화가 관객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