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영(북한대학원 대학교수)
무고한 시민들이 탈레반에 납치 된지도 보름이 넘어 가족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걱정에 휩싸여 있다. 이미 2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질들의 고통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그리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절대적 가치의 하나인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필요한 바를 얻으려고 하는 탈레반의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반인륜적 범죄라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납치나 인질 그리고 테러는 우리와 상관없는 말들이었다. 그렇지만,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이라크, 나이지리아 그리고 소말리아 등 여러 지역에서 한국인도 납치의 대상, 테러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적 이유에서 경제적 동기까지 납치와 같은 범죄의 대상이 된 까닭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세계화'의 진전으로 한국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따져보면 납치나 인질 그리고 이를 포함한 테러의 확대가 한국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부시대통령의 장담(?)과는 달리 세상이 점점 안전하지 않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 특히 부시정권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테러 증대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세계 도처에서 테러관련 사건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당장 우리 국민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의 경우, 미국의 침공으로 권력을 상실하고 테러집단화되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부시정권 때문에 생겨난 집단은 아니다. 그렇지만 근대 이후의 제국주의적 침략이라는 차원으로 시각을 넓혀 본다면, 탈레반의 존재 원인은 소련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아프가니스탄만이 아니다. 가장 불안정한 나라인 이라크도 그러하고, 해적(혹은 군벌)이 창궐하는 소말리아, 참담한 학살의 현장인 수단의 다르푸르, 만성적인 분쟁지역인 레바논과 팔레스타인도 근대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무분별한 침략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 경제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군대를, 때로는 종교와 사상을 앞세워 남의 나라를 지배했던 국가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세계적 분쟁지역이라고 하면 해당국가나 국민들의 문제로만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잔인무도한', '반인권적'인 테러집단과 이들의 문화(국민성과 종교성을 포함하여)가 원인이고 본질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분열과 상호 적대감 확산은 전적으로 제국주의 지배정책의 산물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식민지 경험이후 둘로 나뉘어 '피튀기게' 싸우고 있는 우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누구 못지않게 제국주의의 아픈 역사를 아직도 겪고 있는 우리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이나 레바논과 같은 국가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명분이야 어떻든 간에 현지인들은 우리를 가해국가의 군대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납치사건의 본질을 따져보는 것이 탈레반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이다. 그리고 이들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비판하고, 가능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들의 행위와 존재 자체에 책임이 있는 국가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좀 과하게 말한다면 탈레반이 살인범이라면 이들은 교사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지 않은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들에게는 입을 닫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