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활동 명목으로 학생들이 특정 행사에 동원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학생봉사활동제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인천시도시계획위원들의 계양산 골프장 부지 현장실사 때 봉사활동을 나온 계양구 관내 중학생들이 골프장 건설 찬성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동원됐다는 의혹을 샀다.
미스 인천 선발대회장에 고교생이 동원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지역 개발 현장에 중학생이 동원됐다는 의혹(경인일보 7월 31일자 19면 보도)이 제기됐다. 또 다시 불거진 학생봉사활동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할 일이 없어요"=학생봉사활동은 1996년 처음 시작됐다. 중고생의 경우 연 20시간 이상을 봉사해야 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기준치를 밑돌 경우 봉사점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의무나 다름없다. 그런데 문이 좁다. 인천지역 중고생 23만여명이 봉사할 수 있는 기관은 대략 400여곳. 그나마 구청 등 행정기관에서의 봉사는 청소나 복사가 고작이다. 일거리도 1~2시간 분량에 불과해 다른 시설에서 봉사시간을 더 채워야 한다. 보름에 걸쳐 봉사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던 부평구자원봉사센터는 1주일 만에 봉사자 60명을 모을 정도다.

일부 학교는 별도의 학내 봉사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진정한 봉사인가=인천의 한 여고에 재학 중인 박모(17)양.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는 친척이 있어 봉사활동이 두렵지 않다. 전화만 하면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박양은 "요즘 애들은 친척들에게 많이 부탁을 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 여름방학이면 관공서엔 봉사확인증을 부탁하는 민원이 수두룩하다. 이쯤 되면 봉사시간 부풀리기는 애교로 봐야 한다.

봉사도 골라서 하고 부모의 참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일 인천의 한 자원봉사센터를 방문한 학생들에게 희망 기관을 묻자 90%는 '편하고 쉬운 곳'을 꼽았다. '어떤 봉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쉽고 편하게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것이다. 봉사문의의 70% 정도는 부모차지다. 몇몇 어머니들은 "내가 아이 대신 봉사활동을 할 테니 인정해 달라"고 관계자에 떼를 쓰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가짜 봉사활동확인서가 제출돼 구청에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봉사! 바뀌어야 한다=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학생봉사활동의 20%를 노인상대로 할 것을 권장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청소년에게 친화적인 가족관을 심어주기 위함도 있지만 청소 등 1회성 봉사를 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 1회성 봉사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소하고 복사하는 업무를 봉사로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봉사는 자율성과 지속성, 이타성이 잘 버무려져야 한다. 남동경찰서 최신영 경무계장은 "학교와 불우시설을 연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돼 연중 실시돼야 하며 그 중심에 교사들이 많은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연 남구종합자원봉사센터 운영요원은 "수요처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할 행정적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봉사활동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어려운 이웃집 노인을 돌봐주면 도장이 없어 봉사가 아니고 관공서 화장실을 청소하면 확인도장을 받아 봉사로 인정받는 게 현실"이라면서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