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사명을 이행하는 교수직에 대해서도 엄숙하고 빛나게 설명하고 있다. 교수라는 직업은 '지식을 사랑하고 사물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보다는 사상을 좋아하고, 고독한 연구에 몰두하기를 좋아하고, 도서관 깊숙한 곳에 앉아 자료를 모으면서도 외로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습득한 연구업적과 지식을 인류 문명발전에 기여하고, 이를 학생에게 전수하는 사람들이 교수이기 때문에, 그들을 문명사절(文明史節)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교수직에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가치를 부여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가짜학위 교수의 사태를 보면 교수직에 대한 로조프스키의 평가를 거두어야 할 것 같다. 시도 때도 없는 논문표절 시비로 대학사회를 어지럽히더니, 이번에는 가짜학위로 대학의 안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분노가 높다.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생들이 지금까지 '가짜학문'을 배웠고, 가짜학위 교수가 석·박사까지 지도했다면 그것처럼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것이 요지다. 교수직을 존중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검찰까지 나선 걸 보면 가짜학위 사태는 예사롭지 않다.
가짜학위에 대한 검찰의 검증은 예리할수록 좋다. 그러나 가짜학위가 어떻게 대학에서 생존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대학 내에서 만큼은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평가시스템을 확립하는데, 검증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가짜학위와 표절논문은 대학을 송두리째 썩게 만드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논문과 논문 활용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석·박사학위의 취득은 연구논문의 부산물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한 연구업적을 인정한다는 증표가 곧 학위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논문은 탄생 순간부터 공개를 의무하고 있으며,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를 인용하고 활용하여 사회발전을 도모하는데, 그 사명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논문 공개를 지적소유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접근을 어렵게 한다면 그것은 말이 안 된다. 논문이 인터넷 같은 공중매체에 백일하에 공개된다면 가짜학위도 표절논문도 자연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적소유권 침해는 별도의 법적 문제다.
또 하나는 교수들에 대한 학력공개 문제다. 대학은 학문연구와 이를 전수하는 교육기관이므로 수요자인 학생들이 교수의 학위와 연구업적을 자세히 알고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다. 바로 헌법에 보장된 학습권이다. 학습권은 교권보다 우위에 있으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불가침이다. 어느 대학은 교수의 학력과 연구업적을 홈페이지에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고, 어느 대학은 학력과 연구업적도 없이 마지못해 시늉만 낸 대학도 있다. 학사-석사-박사학위에 대한 학력은 논문과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연구업적도 소상히 공개하여 학생들의 수강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교수들이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정부도 고급인력 수급과 관리차원에서 석·박사관리 체제를 전반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박사학위 신고필증만 받고 손을 뺄 일이 아니다. 미국과 독일 영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들과 같이 접근이 용의토록 해야 한다. 가짜학위는 국민정서까지 포함된 무거운 범죄다. 따라서 가짜학위는 처벌을 떠나, 양심에 따라 대학을 스스로 떠나야 한다. 열정을 바쳐 문명사절을 수행하는 교수들을 위해서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사회의 역사가 새로 써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