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인천전문대 교수 중 필리핀에서 박사학위를 딴 것으로 돼 있는 교수는 10여명이다. 이들 교수 중 대부분은 시립화 이전인 1970년대나 1980년대 초반부터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 학교에 있은 지 30여년이 됐다는 것이다. 이때는 규정상 대학을 갓 졸업하고도 전문대 교수에 임용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교수직을 쉬지 않고도 필리핀에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무릅쓴 것은 1994년 시립화 이후 교수 재임용 과정에서 석사나 박사 등 새로운 '학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 교수진의 상당수는 1990년대 이후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배움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하지만 이 대학에만 나이 50이 넘어 박사학위를 딴 경우가 유난히 많다는 점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영어에 서툴기 때문이다.

이들 교수는 또 자신의 학력란에 모두 이를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다녔다는 필리핀의 대학 이름과 같은 명칭의 대학이 미국에도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Southwestern University'의 경우 필리핀에도 있지만 미국 텍사스주 조지타운 등에도 같은 이름의 대학이 있다. 필리핀이냐 미국이냐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 'National University'는 미국 샌디에이고에도 있고, 필리핀에도 있다. 심지어 방글라데시에도 있다고 한다.

최근 국내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과 가짜 박사학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인천전문대 내부도 어수선한 표정이 역력하다.

인천전문대의 한 교수는 "우리 대학의 많은 교수의 박사학위 취득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는 여러가지 사정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대학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정확히 스크린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의 해명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학기가 다르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해 충분히 박사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게다가 우리나라와 필리핀 양국 당국으로부터 모든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199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어떤 교수는 "지도교수가 누구였느냐"는 물음에 "지도교수보다도 (필리핀 A 대학의) 총장님이 신부님이시고, 우리 대학과 필리핀 A대학에 양해를 구하고 방학 때마다 현지에 가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지도교수의 이름을 얘기했는데,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다.

며칠 전부터는 인천전문대 내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학부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의혹을 받을 만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인천전문대 대학사회 전반에 대한 박사학위 과정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이번 의혹은 지난 해 인천지방경찰청이 적발한 '엉터리 미국 박사' 사건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학위 브로커를 구속하고, 형식적인 강연회 참석과 한글 리포트 제출로 미국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목사 16명, 대학교수 8명, 교사 6명 등 41명을 입건한 바 있다. 물론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도 9명이나 됐다.

인천전문대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인천시도 교수들의 '엉터리 박사학위' 문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