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이렇게 말하는 지역 주민들이 적지 않다. 올라가긴 도대체 어디로 올라간단 말인가? 서울이 어디 하늘 꼭대기에 붙어 있고 부산이나 대구 등의 고장이 어디 땅바닥에 내려 박혀있다면 모를까, 그런 말 이제는 쓰면 안된다. 그것도 멀쩡한 지역 주민이 그런 묵고 낡아빠진 말을 입버릇으로 달고 다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모르다가도 또 모를 일이다.
일반적으로 '위아래'란 말은 단순히 방위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신분이며 처지의 높낮이를 의미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무슨 물건일 때는, 그 가치며 값을 따져서 상품(上品)과 하품(下品)으로 차별 지울 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심지어 좋고 나쁜 것, 제대로 된 것과 엉터리인 것의 구별도 상하로 나누어서 매길 수 있다.
조선왕조는 세계사 전체를 보아도 아주 별난, 아주 강한 중앙집권의 체제를 지키고 있었다. 오죽하면,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겠는가? 거기 담긴 고약한 지역 차별이 '서울 올라간다'를 관용어로 굳어지게 한 것이다. 조선조 이래로 예사로들 '상경하고 하향(下鄕)한다'고들 말했던 것은 사실이다. 제 고향가는 걸 하행(下行)이라니 말도 아니다. 이제부턴 당당하게 '상향(上鄕)한다'고들 말해야 한다.
요즘에도 여전히, 이 따위 말을 남들에게서 예사로 듣게될 적마다 필자는 결코 떠올려서는 안될 걸 문득 떠올리곤 한다. 그 흉악한 일제 식민지 시절에는 서울에서 대구나 부산으로 가는 기차 길은 상행선이라 하고 부산서 서울로 가는 철길은 하행선이라고 했다. 저들은 저들의 수도인 일본의 도쿄로 하여금 중앙에 자리하게 하고 또 최상층에 버티고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제 각 지역사람들은 떳떳하게 서울은 내려간다고 하고 제 고장은 올라간다고 말해야 한다. 아니면 어느 곳이나 위아래로 매길 것 없이, 그냥 광주 가고 서울 가고 한다고 그렇게만 말하게 되기를 바라고 싶다.
한데 비슷한 보기는 또 있다. 그건 다름 아니고 '너 언제 서울 들어왔냐?' '당신, 언제 충주 내려갈거지?' 이런 말이다. 여기서 서울은 안이고 내부다. 지역은 한데고 바깥이다. 서울은 중심에 들어가서 자리잡게 되고 지역은 가장자리나 변두리로 밀려나서 처져 있게 된다. 이것도 극심하게 낡아빠진 중앙집권제의 퇴회된 유물이다.
오래 전, 조선왕조 시대라면 '대국 들어가서 조선으로 나온다'고들 말했다. 물론 여기서 대국(大國)은 중국이다. 따라서 조선은 소국(小國)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창피한 말버릇은 일제시대로 이어져서는 요즘의 대명천지에서도 여전히 서성대고 있다. '나 내일 미국 들어가!'라는 말버릇이 바로 그렇다.
'들고 난다'는 말에 담긴 조선조 사람들의 자기비하(自己卑下)나, 일제 식민지 시대의 민족 비하나, 요즘의 각 지역 사람들의 자기 깔보기나 하나도 다를 것 없이 창피한 일이다. 올라가고 들어가는 곳이 서울이고 내려가고 나가는 곳이 지역이라면 국토 전체를 두고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그건 다름 아니고 나무 그림이다. 서울이 당당히 중심 근간에 위치하고, 그것도 최상층에 자리하고 지역들은 아랫부분의 곁가지 끝에 달랑 달랑 붙어있는 그런 나무 모양이 연상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극히 최근의 사회구조나 국가 구조는 흔히 '리좀'이란 말로 표현된다. 그것은 땅위의 나무 모양이 아니고 지하의 뿌리들에 견주어지기도 한다. 거기엔 위아래의 구별도 중심 바깥의 차별도 없다.
그러기에 서울 올라가고 들어간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도 보통 착오가 아니다. 이제 제발 그만두자! 서울 올라간다는 그 말! 모든 지역 사람들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