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대 대통령 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라를 이끌어 갈 탁월한 역량을 갖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중점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은 다소 다를 수 있다. 후보들은 이같은 다양한 계층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공약과 정책에 녹여내야만 한다. 새 대통령에 기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짤막히 들어본다. <편집자주>

이민떠나고 싶지않은 나라 만들길

■ 박응식(35·상인·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서민 경제를 살릴 수 없는 대통령은 원치도 않고, 당선돼서도 안된다. 8년 동안 식당을 비롯해 여러 장사를 했지만 정말 최악이다. 한순간에 경제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서민들이 희망을 가질수 있도록은 해야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의 씀씀이는 더욱 헤퍼져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느끼게도 한다. 인근 가게 친구들도 조금이라도 돈이 모이면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는 대통령이 나와 준다면 상인들 뿐만 아니라 온국민의 삶이 희망적일 것 같다.

주관적 정책보다 보편적 정책폈으면

■ 최종후(45·수원 경실련 집행위원장)
사회적 소외 계층을 대변해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말이 앞서기 보다는 서민에게 희망을 주고, 투명한 행정으로 신뢰받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또한 자본주의시대에 걸맞은 이슈로 정책대안 경쟁을 하는 대선이 돼야 한다.

대통령 본인의 주관적 정책을 펼치기보단 보편적이고 타당한 정책이 선택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하다. 특히 국민여론에 성의를 보여주는 대통령이 당선돼 서민경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 국민경제 활성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규제 완화·경제성장 견인차 역할 당부

■ 신원일(32·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대리)
기업이 나라의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기업이 잘 되지 않고 잘 사는 나라가 있다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차기 대통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세계의 경쟁 격화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치는 국내에 한정된 시각으로 각종 규제와 제약으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보고싶다.

일관성있는 정치로 신뢰받았으면

■ 안준빈(26·경희대학교 산업공학과)
요즘 대학생들의 지상목표는 취업이다. 오로지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이같은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이 절실하다.

취업문제에서 벗어나야만 학문을 연구하는 진정한 '상아탑'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또 현실성·일관성 있는 정치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 민심은 '표심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책을 위한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정부부처에 체육부·체육청 신설 바람

■ 김부회(53·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한국 체육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체육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나 수영의 박태환 처럼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체육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아울러 정부내에 체육부 또는 체육청을 신설해 현재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도자 및 선수들의 처우개선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자칫 무관심할 수 있는 체육 꿈나무들을 위한 시설 확충과 체육 지도자 및 선수 육성 등 체육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예술인과 희노애락 공유할 감성지녔으면

■ 김정숙(37·수원예총 사무국장)
새로운 대통령은 시간에 쫓기면서도 종종 공연장과 전시장을 찾는 여유를 갖기를 기대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고 설사 예술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즐길 줄 알아, 작품 한편의 희로애락을 예술인과 함께 공유할 줄 아는 감성의 대통령을 보고 싶다.

또 예술에 대한 탁월한 정책을 세우고 예술의 지원은 공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아는 대통령, 특히 무엇보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할 줄 아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을 꿈꾸어 본다.

입시위주의 現교육여건 개혁 필요

■ 이현칠(72· 인천시민어버이대학 이사장)
앞을 멀리 내다보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당장 국민들에게 욕을 얻어 먹어도 소신 있게 일을 추진하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잘못된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정권 대물림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깨끗이 정계를 떠나야 한다. 정치적 발언을 일삼으며 자기 치적을 높이려는 행위는 장사꾼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우선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교육정책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입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만들어 청년실업 고민 덜길

■ 김세진(24·인천대학교 토목환경시스템공학과 3년)
군대를 다녀온 후 지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마도 대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취업일 것이다. 일자리가 많이 확충돼 청년 실업문제가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침체돼 있는 우리나라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공약은 다들 허울좋게 내놓기 때문에 공약자체로 사람을 뽑기가 힘들 정도다. 국가의 일을 맡는 만큼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원한다. 그동안 국민들이 정치에 진절머리를 내는 풍토를 이제는 바꿨으면 한다.

인천항을 거점항만으로 육성해주길

■ 이엽(78·(주)영화기업사 대표이사)
기업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희망찬 대통령을 기대한다. 인천항은 몇년전부터 부산, 광양, 평택항이 국책항으로 지정되면서 소외된 감이 없지 않다. 머지않아 북한 및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질 텐데 국가차원에서 인천항을 거점 항만으로 육성해줬으면 한다. 물류비와 해상 수송거리 등을 감안하더라도 인천항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발전은 항만 개발이 최우선으로 여겨져 왔는데 현재 인천항의 발전 속도는 너무 느리다. 인천신항 개발을 서둘러줬으면 좋겠다.

한계 부딪힌 국내사업, 외자유치 모색을

■ 박필훈(34·신한다이아몬드공업(주) 홍보팀장)
내실이 없고 겉으로만 요란해서는 국가라는 큰 의미의 가정을 꾸려나갈 수 없다. 기업의 경우 제조, 행정업무 등의 분야를 떠나서 현재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절실하다. 국내 산업은 질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있다. 이런 상황을 국가 리더가 직접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내 신성장 동력, 기술을 대통령이 적극 알려 기업간의 상생, 파트너십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를 통해 한계에 부딪힌 국내 산업을 벗어나 풍부한 외화 유입에의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환경·인권 배려 '세심한 지도자' 원해

■ 장금석(39·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 연대 사무처장)

모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임기를 시작할 때나 마칠 때나 변함없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이런 점에서 일정 부분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또 다음 대통령이 경제자유구역 등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개발논리에서 인천을 건져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개발의 이면에 숨은 그림자를 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다. 환경, 인권 등 자칫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섬세한' 지도자를 기대한다.

주부가 '살림할 맛' 나게 해주세요

■ 박덕순(49·주부·인천 남구 도화동)
"살림할 맛 나게 해주는 대통령 어디 없나요." 17대 대통령은 '살림할 맛'이 나는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주부로 살며 겪는 가장 큰 고민은 자녀 양육, 교육문제에 대한 걱정과 살림살이의 어려움이다. 가정 살림을 책임지는 주부나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지녀야 되는 마음가짐은 같다고 여겨진다. 구성원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근성있는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

물가 잡고 사교육 부담 덜어주길

■ 나미숙(38·주부·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주부들의 대부분은 일단 물가를 잡아 경제를 살려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생필품값, 학원비에 주부들은 넌더리가 난다. 수익은 한정돼 있으나 반드시 들어가야 할 비용은 늘어나면서 삶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사교육비 때문에 우리 부부 노후대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어린 아이 한 명에 들어가는 비용이 40만~50만원이나 차지한다. 제발 학교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교육현장 교사 목소리 정책 반영을

■ 김성진(43·수원 숙지고 윤리교사)
교사들은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 교육에도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모든 교사의 사기를 꺾어 버리는 일방적 변화는 바라지 않는 게 모든 교사의 생각일 듯싶다. 새 대통령은 귀를 기울여 진정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교사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사는 변화의 대상이 아닌 변화를 주도해가는 존재이길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