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영(북한대학원 대학교수)
북한에서 제작된 드라마 '사육신'이 지난 8일부터 방송되고 있다. KBS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제작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의 일이다. 사육신은 명실상부한 최초의 남북한 합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 간에는 다양한 방송교류가 있어 왔다.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등의 제작협조가 있었고, 보도부문에서도 현지 진행 방송 등이 시도되어 왔다. 또한 태조왕건의 오프닝 장면 등을 현지에서 촬영하는 등 드라마부문에서도 부분적인 교류가 있었다.

드라마 사육신은 기존 교류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과거의 교류가 대부분 일회적이고 이벤트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회·문화교류가 있었으나 그 성과가 축적되지 못했다는 공통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육신의 경우는 그동안 남북이 쌓아올린 신뢰와 교류과정에서 이해하게 된 상대방의 기술적·문화적 특성을 종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세상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KBS는 이번 '사육신' 제작을 위해 북한에 총 210만 달러를 지원하였는데, 이 가운데 70만 달러가 현금이며 140만 달러는 방송 장비다. 또 카메라 기술, 조명, 세트, 의상, 분장, 디지털 오디오 편집 기술 등 각종 방송 기술이 북측에 전수되었고, 이는 향후 북한의 드라마 제작 인프라로 활용될 전망이다. 어쨌든 남한 방송에서 북한 배우들이 나오고 연출가 등 북한 제작자들이 엔딩 크래딧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남북한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의미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사육신이 시청자에게 외면 받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7%대였던 시청률이 3주가 지나면서 2%대로 떨어졌는데, 이는 TV방송에서 마지노선이라고 이야기하는 '애국가 시청률'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렇게 시청률이 낮은 것은 낯선 배우들, 이해하기 어려운 억양과 말투, 느린 진행 등이 남쪽의 시청자들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치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시청률이 반드시 높을 필요는 없다. 또한 남한의 드라마도 그 정도의 시청률을 보인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육신이 겪는 문제가 단순히 작품 자체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일단 정치적 이유에서 작품을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드라마 제작과 방영을 '퍼주기'의 결과라고 하면서, 법적 제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북한 것이니까 무조건 보지 않아야 한다는 막무가내식 반대도 있다. 문화적 차이가 드라마를 외면하는 원인이라는 사실도 문제가 없지 않다. 북한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경향 즉, 문화적 제국주의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지불한 비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요즘 남한의 드라마 제작비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제작비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총 비용 가운데 제공된 방송 장비는 앞으로 방송교류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문화적 차이가 더욱 크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획일성, 문화적 배타성이라는 이유에서 '사육신'을 외면하는 한 앞으로의 남북한 사회문화교류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교류나 이해 증진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눈에 띄는 교류 아이템을 찾아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사회 내의 반북적인 사고, 냉전적 문화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스스로의 성찰이 없는 한 완벽한 합작 드라마라도 방송을 타기 어려울지 모른다.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 접촉이 남북 간의 거리감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