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을 상대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 범죄를 저지른 중국과 대만의 폭력 조직원과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판 내국인 등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김종호)는 30일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를 통해 국내에서 4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왕모(23)씨 등 중국 조직원 8명과 창모(25)씨 등 타이완(臺灣) 조직원 3명을 포함, 모두 19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 조직에 1개당 20만~40만원씩을 받고 대포통장을 판매한 혐의로 김모(28)씨 등 내국인 41명을 적발, 수사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왕씨 등 중국 푸젠성(福建省) 출신 일당(일명 '푸젠성파')은 지난달 24∼27일 금감원, 검찰청 직원 등을 사칭해 내국인 29명으로 부터 모두 2억4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으며 창씨 등 타이완 조직원 역시 지난 6월 20∼29일 같은 수법으로 15명에게서 1억3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피해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가 납치됐는데 내가 지키고 있다', '누가 당신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당신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있으니 가까운 은행에 가서 지급정지를 시켜야 한다' 등의 교묘한 수법을 써 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포통장을 판매한 내국인들은 노숙자 뿐만 아니라 가정주부, 정상적인 회사원 등이 포함돼 있어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을 확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의 검거는 보이스 피싱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 국내외 정보망을 풀가동해 범죄 조직 적발에 적극 나선 국가정보원을 비롯,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세관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들 조직의 본거지이자 전화를 거는 콜센터가 주로 중국 남부지역 푸젠성과 광둥성(廣東省) 등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들이 발신자 정보를 조작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해 추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이 타이완과 홍콩, 중국에서의 범행을 거쳐 1회 계좌이체 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에 침투한 것으로 보이며 사기 대상자들이 잘 속지않을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수사기관 직원을 복합적으로 섞어 사칭하거나 협박, 대학 교수나 공무원까지 속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최초로 단서를 입수, 국내·외 정보망을 풀가동한 끝에 범죄 조직의 실체 규명 및 검거에 성공했다고 국정원측은 밝혔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
'음성(voice)',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단어로 공공기관 또는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통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현금 인출기를 통한 송금을 유도하는 신종 사기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