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말라. 문열어줘, 문열어줘~."

지난 7월 12일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김금화 대동굿보존회 이사장의 주도로 245년만에 사도세자의 진혼제가 펼쳐졌다. 억울한 누명으로 8일간 뒤주에 갇힌채 죽어간 사도세자를 대신한 김금화 만신(萬神)의 울먹이는 넋두리를 많은 관객들은 숨죽이며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사도세자의 방황, 견제 세력들의 음모 등 여러 역사적인 이유들이 거론되지만 어찌됐든 끔찍이 아끼던 세자를 삼복더위에 물 한 모금 안주고 죽여야 했던 아버지의 콤플렉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돌이켜보면 영조대왕은 처음부터 자신만의 잣대를 가지고 선왕이 만든 그릇 속에 사도세자를 가둬놓고 키우려는 오류를 범하며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 영조 스스로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겼던 부분에 대해 아들에겐 더욱 강하게 교육하여 자기만족을 꾀하려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감성적이면서 인간친화적이어서 사람과 자연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사도세자는 반대로 리더십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의 소유자인 아버지 영조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영조와 사도세자 모두 반대세력인 노론의 음모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도 자녀들의 취향이나 잠재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욕심만을 앞세워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학부모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생활이나 공동체 활동에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후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수학점수가 조금 높고 영어, 한자 실력이 앞서갈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부터 대뇌에 아주 조금씩 이상 증후가 발생해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심각한 오류를 간과하고 있음에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60·70년대 어려운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우리 부모들의 내 자식만은 조금 더 공부시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도록 하려는 절절한 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대학 졸업시켜 놨더니 이젠 취직이 되질 않아 또 애태우는 모습을 그저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위안 삼기에는 우리 부모들의 인생이 너무나 애처롭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렇게 우리 부모들의 안타까운 올인(all-in)은 계속 되어야만 할 것인가? 그러나 다행히 경제성장과 달리 빠르게 진척되지 않던 사회문화적인 인식들이 드디어 제 궤도를 찾기 시작하는 듯하다.

거짓 학력문제가 진통을 겪으면서 '학벌지상주의'가 허상이었음이 드러나고 여성들의 많은 사회진출로 고질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자리를 감추었고 연봉 액수가 아닌 자신만의 이상을 찾아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 청년들은 '사농공상'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어리석은 직업의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젠 21세기 우리 사회에서도 자기만족에 얽매인 영조같은 어리석은 부모의 인생 올인이 아닌 도전과 창조, 조화와 관용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아이들에게 심어 줄 때이다.

/이철규(경기도창의성교육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