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노 대통령의 계속된 공격성 발언에 무대응 기조를 보였던 손 후보가 예비경선 하루 전인 2일부터 노 대통령에게 가시돋친 발언을 쏟아내며 비노(非盧)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
전날 노 대통령을 향해 "열린우리당을 문닫게 한 장본인이 누군가, 노 대통령 아닌가", "논에 나가서 피 한자락이라도 뽑아주는 인자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는 격한 어조로 비판했던 손 후보는 3일 오전 선대본 회의에서도 "대선에서 과거식으로 정부가 개입한다든지, 대통령이 도움을 준다든지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낡은 사고방식"이라며 대선 불개입을 요구했다.
또 이번 대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면 사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하면서 "국민을 어리숙하게 보면 안된다"고 말한 뒤 정상회담을 대선 전략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미래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결코 우리 스스로 미래를 폄하하는 발언이나 생각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미래 동량들을 서로 키워주고 북돋워줄 때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후보의 반격은 시간문제였을 뿐, 예견된 일이었다는 시각이 강하다. 캠프 내부에서는 손 후보가 반(反) 한나라당 전선의 대표후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않게 제기돼 온게 사실이다.
특히 어렵사리 창당된 민주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친노(親盧) 주자인 이해찬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이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핵심 측근은 "대통령이 본선도 아닌 경선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앞으로 대응할 것은 대응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