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2004년 12월31일, i-TV 정파 이후 경인지역의 새방송으로 태어난 경인TV의 역사는 남다르다. 2005년 초반부터 새로운 방송 설립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시작되었다. 민영방송 설립을 위해 400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방송이 정파되었다라는 자극적인 요소도 작용을 했지만, 전국최대 지자체인 경인지역에 세워질 방송사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라는 지역성 대신 수도권 주민이라는 애매한 정체성으로 인해 정서적 박탈감을 느껴왔던 경인지역 시청자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3년 가까이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을 위한 시민사회진영의 활동은 눈부셨다. 실질적인 동력이 되었던 구 i-TV 노조, 희망조합의 희생적인 참여와 이에 대한 동지적 유대감으로 일체가 된 '창사준비위원회'는 무려 경인지역 40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한국방송역사상 초유의 일을 이루어냈다. 1만5천명의 발기인과 25억원의 기금 마련은 이들의 참여가 구호가 아닌 진정성을 반영하는 물증이었다. 이는 경인지역의 새로운 민영방송 출현이라는 차원을 떠나 보편적 가치 실현과 연대정신이라는 시민사회운동 차원이었다.

그런 남다른 역사가 있기에 11월 1일 개국은 '방송이 아니라 감동'을 기다리는 것 아닌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경인지역 시청자들이 스스로 쟁취해냈다는 그러한 자긍심이 스며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사실, 새방송을 위한 사업자 선정과 두 번에 걸친 방송위원회의 허가 추천과정은 몇 권의 백서로는 모자랄 만큼 사연이 많다. 그 사연들은 지역민으로 느껴지는 서러움과 분노, 미디어에 얽힌 권력과 자본의 추잡한 이해관계와 복잡한 심경 등이 포함되어있다. 그래서인가. 지난 4월 쟁취한 방송위원회의 허가추천은 경인TV의 것이 아니라 경인지역 1천400만 시청자의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방송허가 추천장이 정통부에서 지난 4월12일 이후 4달이 지나도록 잠자고 있다. 자료보완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60일이라는 법정 기일을 한참 넘긴 점은 해도 너무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년이 넘게 검토한 방송위원회의 허가추천과정이 있었고, 새로운 주파수가 아닌 3년 전에 사용하던 주파수를 회복시키는 일인데 도대체 4달이 넘도록 정통부는 무엇을 한 것인가? 1천400만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그 이면에 SBS의 강력한 문제 제기가 그 주범으로 드러났다. 서울 일부지역으로의 과도한 전파 월경이 바로 그 이유다. 길 하나를 사이로 경계가 나누어지는 과밀한 지역에서 전파를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요즘 안테나를 세워 TV를 시청하는 가구가 있는가? 대부분 케이블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현실 속에서 안테나를 설치하여 서울지역에서 경인TV를 볼 확률은 0.002%라고 한다. 경인지역에 국한시켜야 할 전파가 서울로 넘어오는 것을 못 봐주겠다는 SBS의 과도한 견제가 눈에 보이는 이유다. 이 같은 법리논쟁과 기술논쟁은 일부분 필요하지만 남다른 경인TV의 역사적 배경을 인식한다면 1천400만 시청자의 주권을 제한하는 그 같은 과도한 견제가 과연 적절한 일인지, 오히려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는지 SBS가 판단할 일이다.

이를 의식한 SBS와 경인TV 측에서 새로운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전파월경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의 ADC 안테나를 주문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경인TV를 고사시키려는 SBS의 무리한 견제가 드러난다면 경인지역의 시청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간절히 바라기는, 경인지역의 전파를 몹쓸 벌레 보듯 하는 SBS보다, 시민들이 함께 만든 경인TV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경인지역 1천400만 시청자들의 태생적 한계를 시험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