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미술관에서 교류전을 하는 동안 선양(瀋陽)을 비롯해 동북산성 일대를 탐방하였는데 실제로 선양의 랴오닝성(遼寧省) 박물관에는 평안도, 함경도 일대를 중국의 영토로 표기해 놓았으며 고구려와 발해의 많은 유물과 유적이 그들의 것 인양 전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양에서 옌지(延吉)로, 옌지에서 투먼(圖們), 두만강변으로 그리고 룽징(龍井)의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대성중학을 거쳐 혜란강과 일송정을 조망하면서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벌판을 지나 백두산을 등정하여 천지 물에 손과 발을 담그니 뼈 속까지 저려온다. 이도백하 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달려온 통화역은 장맛비가 한창이다.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이 있었던 지안(集安)시에 들어와 광개토대왕비를 둘러보니 고구려의 위용이 얼마나 당당했었던가를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방치되고 있는 광개토대왕릉과 5호 고분벽화는 더 훼손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장군총 역시 더 이상 돌이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흔적만 남은 국내성 또한 언젠가는 복원을 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시대의 3개 도시와 40기의 무덤 (14기 왕릉과 26기 귀족릉)은 2004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중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내막을 모르는 세계인들은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각도의 연구와 발표를 통해 고구려가 우리 한민족의 역사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이 절실하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루쉰미술학원 수장고에는 졸업 작품 중에 매년 두 세 점씩을 매입하여 보관하고 있었는데, 수장되어 있는 작품들을 통해 중국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베이징(北京)의 중앙미술학원도 그렇고 중국의 다른 미술학원들도 매년 졸업생들의 작품을 몇 점씩 매입하여 소장한다고 한다. 졸업생들은 본인의 작품을 학교에 남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게 될 것이고, 그것들을 보면서 후배들은 열심히 작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의 일부 역할을 학교에서 담당하면서 학교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학교 시설이나 캠퍼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장고의 소장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학교의 특성, 수준이나 스타일 등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베이징이 인접해있는 관계로 선양에는 화랑가나 작가들이 밀집해 있지는 않았다. 사실 작년에 탐방한 베이징 따산즈에 비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선양과 베이징의 관계가 바로 수원과 서울처럼 위성도시가 갖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수원도 서울이 가까운 관계로 많은 문화생활, 문화 인구를 서울로 빼앗기고 있다. 기반시설이 약한 탓에 많은 예술인들이 서울에 가서 활동하기를 바란다. 그도 그럴 것이 힘들여 제작한 작품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도 지역의 문화수준이 서울만 못하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자체나 예술인들, 관계자들이 머리를 조아려야만 한다. 지역특색을 최대한 살려 정체성을 찾고 차별화된 수원만의 인프라를 구축해서 수원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수원은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연계하면 서울의 인사동 못지않은 문화예술중심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