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북한강 남이섬. 섬 둘레가 4㎞이며 면적은 46만2천㎡로 걸어서 한 시간이면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자그마한 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속한 곳이지만 최근 이곳 남이섬에 경기도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또 다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공무원들과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의 남이섬 견학의 시발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달 7일 전자우편을 통해 "잡풀만 무성했던 남이섬이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세계인이 감탄하는 관광지로 거듭났다"며 "남이섬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도정에 접목하라"고 지시했단다.

이에 경기문화재단에서도 몇몇 직원들이 남이섬을 견학할 기회를 가졌다. 도청 공무원들과 함께한 남이섬 방문은 강우현 사장의 남이섬 소개로부터 시작됐다. 본인이 직접 준비했다는 635장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 강 사장의 남이섬 소개는 '무한한 상상력의 구현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하는 이상적인 관광지 건설'로 압축되었다. 남들이 버리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예술품으로 만들어 내고, 버려질 소주병이 '이슬정원'이라는 조형물로 재탄생하고, 재활용품으로 팔면 40원을 받게 될 빈 병에 열을 가해 변형을 시키면 꽃병으로 이름 바꿔 5천~6천원짜리 공예품이 된다는 강 사장의 설명.

겨울연가의 주인공은 시간이 가면 늙어지고 세인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밖에 없기에 이들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을 대신할 '눈사람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이 눈사람 캐릭터의 이미지를 활용, 눈사람 떡국을 시중보다 그릇당 1천원을 더 받으면서도 바가지 씌운 것 같지 않은 상술이 아름답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곳이 바로 남이섬이다.

여기까지를 보면, 남이섬은 괜찮은 관광지로 평가받을만한 곳이었다. 아니 경기도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몇 시간씩 업무시간을 대신해서 방문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이섬에는 이같은 자연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강 사장의 남이섬 소개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부분은 바로 '규제'였다. 경기도도 남이섬과 다르지 않다. 엄청난 규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규제 철폐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남이섬도 북한강 한 복판에 자리잡은 섬으로 각종 규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 그런 가운데도 남이섬은 지금 무한 변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각종 규제로 개발의 제한을 받고 있는 경기도는 이 곳에서 무엇을 배워야 했을 것인가.

여기에 강 사장은 답을 주었다.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각종 규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는 있는 건물 고쳐 쓰면 되고, 정원을 꾸미고 조형물을 만들어도 지붕만 덮지 않으면 건축물이 안 되니까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강 사장. 이 말에서 남이섬이 왜 리모델링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불합리한 규제는 없애야겠지만 규제를 탓하며 손 놓고 있기보다는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버려질 물건에 예술가의 손길과 직원들의 정성을 더해서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열정, 그것을 남이섬에서 배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섬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강 사장은 "어떤 사람들은 겨울연가를 통해 남이섬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드라마 효과는 3년이면 모두 소진된다"며 "남이섬의 성공은 드라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며 남들이 버리는 물건을 멋지게 재활용해 내는 창의적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이섬이 보여준 '발상의 전환'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이 아닐까.

/박종강(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