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논설위원)
길과 도로 역할은 여유와 편리, 경제와 삶의 함축이어야 한다. 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정착한 것인지, 사람살기 적당한 곳에 마을을 짓고 길을 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의 편의에 따라 길을 내고 다른 길과 연결되면서 도로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오솔길·들길·논길·둑길과 소롯길에 이어지는 신작로를 비롯해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길과 도로마다 쓰임새는 다양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의 편리와 여유로움, 경제적 이득이 없으면 길과 도로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하겠다.

그런데 도로의 기능을 의심케 하는 현상이 경기도 곳곳에서 나타나 주민들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난이 심화하면서 도로에 쏟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 들어 가면 기가 막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서울을 중심에 놓고 사방으로 인구분산을 시도하는 정부정책, 즉 신도시와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몸살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사통팔달한 도로망, 서울과 근거리에 위치, 출·퇴근 편리, 쾌적한 주거환경 등 신도시에 대한 갖가지 찬양에 속은 주민들이 입주와 함께 꽉 막힌 도로에 갇혀 화를 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로의 발달은 교역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청동기시대 농업이 발달하면서 농산물을 재화(財貨)로 한 교역이 시작됐고 보다 편리한 이동을 위해 사람들이 길을 닦았다. 경제활동을 위해 도로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장거리 교역로는 페르시아 왕도(BC 3500~300년이용)로, 흑해·터키·카이로에 이르는 방대한 도로망을 갖췄다. 유럽에는 호박로(BC 1900~300년)가 가장 오래된 도로다. 북유럽에서 생산되는 호박과 주석을 지중해 연안으로 수송하기 위해 만든 도로로 4개의 도로망을 갖췄다 하니 도로의 경제적 가치가 기원전 3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도 기원전부터 교역로가 형성돼 경제활동을 도왔지만, 전국적인 체계를 갖춘 것은 고려시대 조성한 역도(驛道)다. 이 도로는 교통뿐아니라 통신로의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들어 더욱 발전해 한양을 중심으로 6대 주도로가 전국을 방사상으로 연결했으며, 주요 간선도로가 놓였다. 이 도로의 주 목적은 통치였지만 산업발달로 민간교역로의 기능을 맡게 된다. 도로가 발달하면서 이동의 편리와 빠른 정보교환이 가능하게 됐고 이는 경제적 부와 삶의 윤택을 가져 오게 되는 것이다.

현대에서의 도로의 역할과 가치는 더 커졌다 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과 다양한 정보,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이동대상 또한 다양해지고 물량도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 하다. 특히 도로환경이 주는 행복지수는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높아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다. 이러한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도로를 개설하고 경전철과 지하철을 건설하는 등 막힘없는 교통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주변환경이 어우러지는 자연미, 장대한 건축물을 가미한 인공미 등 많은 도시에서 길의 미학까지 접목시키고 있다.

경기도와 도내 자치단체도 더 좋은 도로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한데 도로환경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교통대란을 예고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부정책의 오류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서울인구의 분산이 정부의 변함없는 의지며, 이를 위해 신도시 등을 경기도에 건설하는 것도 변경할 수 없다면 도로부터 시원하게 뚫어야 한다. 사람들이 도로에 쏟아 붓는 돈을 줄이고 시간을 아끼면 그 만큼의 환경과 에너지 등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크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정부에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원활한 교통소통은 경쟁력이며 삶의 여유와 편리를 준다는 것을 고대인들도 깨우치고 실천한 명제로 현대에 와서 실종된 느낌을 받고 있으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