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환자 중 연장자인 유경식(55)씨는 이날 귀환 후 치료를 받아온 경기도 안양시 샘안양병원에서 다른 피랍자 20명이 배석한 가운데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밝히면서 "그러나 아프간이던 탈레반이던 사랑으로 품어 진정 평화의 땅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 19명은 억류에서 풀려나 귀국한 지난 2일 이후 이 병원 전인치료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고 앞서 석방돼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지나.김경자씨도 같은 날 이 병원으로 합류했다.
유씨의 설명에 따르면 피랍자들은 억류 나흘만에 두 그룹으로 나뉜 이후 모두 6차례에 걸쳐 분산 과정을 거쳤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살해될 당시에는 2∼4명씩 모두 6개 그룹으로 나뉘어 억류돼 있었다.
피랍 상황에 대한 유씨의 간략한 소개에 이어 가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환자복 차림의 귀환자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질문에 답했다.
제창희씨는 "억류 기간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개종을 강요당했고 폭력과 협박에도 시달렸다"고 했고 유씨는 앞으로도 이슬람지역 선교활동을 계속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해외선교 전반에 대한 교계의 의견이 정리되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부정적인 소문에 관한 질문에는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고 공포와 고통이 심했던 억류생활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씨는 "국민과 정부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거듭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 준 분들과 국민의 성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을 치료해 온 샘안양병원 박상은 원장은 "환자들에게서 경미한 소화기 질환과 피부질환 외에 풍토병이나 전염성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들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에 준하는 우울, 불안, 불면증상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퇴원 후 약 일주일간 생활적응훈련이 요구되며 추석 명절을 보낸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정신과적 진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귀환자들은 이날 일단 퇴원한 뒤 공개되지 않은 장소로 이동해 일정 기간 단체 요양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