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랍자 21명은 12일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증언하며 아직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국민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심경을 밝히면서 부정적인 소문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날 입원 10일만에 모두 퇴원한 이들은 앞으로 7~10일 가량 단체로 요양시설에서 안정을 취할 계획이다.
◇"뱀도 잡았다"=피랍자들은 내내 죽음의 공포를 느낀 것으로 밝혀졌다. 유정화씨 그룹은 구덩이 앞에 서 기관총을 겨눈 상태에서 여러 번 비디오 촬영을 강요당했다. 그때 충격으로 지금도 카메라를 바로 볼 수 없다. 제창희씨의 경우 해발 3천m 남부 산악지대에서 토굴생활을 했다. 남자들은 수시로 구타를 당하며 각종 노역을 해야 했고 심지어 토굴에 들어온 독사를 나무로 잡아야 했다.
여성들은 화장지가 없어 책을 뜯어 휴지로 사용했다. 송병우씨는 복면을 쓴채 구타를 당하다 구덩이에 빠지면서 가슴 뼈를 다치기도 했다.일부 여성들은 10여일간 하루 1시간씩 자며 거의 먹지 못하기도 했다.
◇그룹별 대우 달라=상당수는 폭행을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았지만 한국에 휴대전화로 가족과 통화한 그룹도 있었다. 서명화씨의 경우 함께 있던 탈레반들이 아프간식 이름을 지어주면서 우호적으로 대했으며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짧지만 한 번 남편과 통화할 수 있었다.
◇끝없는 이동=고세훈씨 그룹은 거의 매일 밤 거처를 옮기는 등 24차례 이동했으며 항상 탈레반 2명의 감시를 받았다. 다른 그룹들도 5~12차례 정도 이동하며 헛간이나 창고, 민가 등 다양한 곳에서 지냈다.
◇개종 기도문 강요=제창희씨의 경우 대검을 총에 착검한 상태에서 목에다 대고 개종을 강요했으며 5차례 정도 개종 기도문을 따라 하라고 시키면서 반복적으로 때렸다. 유정화씨는 배형규목사와 함께 6명이 남았을 때 '이슬람을 믿으면 살려주겠다'고 위협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