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원 (강남대교수·도시 및 부동산학)
역세권(驛勢圈)은 대중교통수단인 철도, 전철(지하철) 또는 경전철 등을 타고 내리는 역(驛)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적 범위를 말한다. 보통은 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을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주역세권은 5분 이내, 반경 500 내외를 말하고, 부역세권은 10분 이내, 반경 1천 내외를 말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역세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 상업 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에 장사도 잘 되고 그래서 지가(地價)도 높고 건물 임대료도 높게 형성된다. 때문에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역세권에 입지한 부동산을 종종 투자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도시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역세권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도시공간구조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철도, 전철, 경전철 등 대중교통수단 중심의 교통체계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도시에서는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그것은 한계가 있다. 우선 버스는 철도 등에 비해 배기가스, 소음 등의 이유로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이 못 되며, 수송 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정시성(定時性)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철도, 전철, 경전철이 중심이 되고 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많은 지자체들이 역세권을 대부분 상업용지로 지정하여 향후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역세권을 고층, 고밀도로 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도시계획 논리로 보더라도 맞는 얘기다. 그래야만 한정된 도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도시의 무분별한 평면적 확산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을 추진 중에 있는 역세권개발이 상업용도 위주의 과다 개발이라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백화점 또는 대형 할인매장, 상점가 위주의 단일용도로 개발되는 것은 물론이고 규모 또한 지역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위주의 단일용도는 서로 다른 용도(주거, 업무, 상업 등)의 혼합에서 오는 복합 상승효과를 억제시키고, 상업시설의 과다 공급은 상권 미성숙에 따른 지역발전 저해, 분양자 및 임대자의 피해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역세권의 입지특성에 따라서 개발의 용도와 규모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지역에서의 역세권개발은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역세권에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거지가 뒷받침되어야만 통행 수요도 생기고 상권도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세권은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곳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주거가 함께 공급되어야 한다.

또한 역세권에는 다양한 용도가 복합되어야 한다.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상가만으로는 역세권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특히 상권은 사무실 등 업무시설이 함께 있어야만 활성화가 가능하다. 때문에 상업 이외에도 업무활동, 문화, 기타 여가활동이 복합된 형태로 역세권을 개발해야 한다.

끝으로 역세권에는 공공시설이 충분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교통의 결절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교통수단 간에 원활한 환승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역세권은 도시 또는 지역 대중교통센터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역을 중심으로 버스, 택시, 자동차, 자전거, 보행 등이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 택시정차장, 자전거 보관소, 자동차 주차장, 보행 광장 등의 시설과 공간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도 역세권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공시설 예컨대 도서관, 사회복지, 탁아소, 기타 커뮤니티센터 등과 다양한 문화·여가공간과 시설들이 충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