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세대 작가 진영의 대표주자인 위화(余華)가 출판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 중국 장이모우(藝謨張) 감독의 영화 '인생'(人生)의 원작 소설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매혈기' 등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그는 중국 전통소설이 지닌 이야기의 힘을 재현해 내는 작가다.

치과의사에서 작가로 변신한 위화는 중국의 인기있는 현대작가 중 국내에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단·중편소설집과 장편소설이 푸른숲에서 최근 출간됐다. 어려운 문장이 하나도 없이, 그냥 읽는 대로 머리에 그려지는 투명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특징인 그의 소설의 정수를 느껴보자.

가족과 이웃에 감춰진 폭력·살의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1988년에 발표된 위화의 중편소설 네 편을 묶었다. 가장 가까운 이들인 가족과 이웃 관계에 숨어 있는 폭력과 살의를 다룬 이야기들. 당시 위화는 환상에 가까운 시공간과 엽기적인 인물들, 잔인한 사건과 죽음의 연쇄로 점철된 중단편 소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선봉파 소설의 대표 작가로 부상했다.표제작인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의 등장인물들은 누구 하나 예외랄 것도 없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죽고 죽이고, 사고 팔고, 무정하게 내팽개치거나 탐욕스럽게 빼앗는다. 351쪽, 1만원.

아이눈으로 본 추악한 어른세계
 
 
▲가랑비 속의 외침
=기쁨과 슬픔, 흥분과 무료함, 감탄과 환명이 뒤얽힌 유년 시절을 '시간'이 아닌, '기억' 의 순서에 따라 풀어낸 작품. 폭력과 죽음에 천착한 실험성 강한 중단편을 쓰던 위화가 1993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뒤얽힌 시간과 수많은 인물들의 사연 가운데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화자 쑨광린의 회상은 우리에게 유년의 기억이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추잡하고 역겨운 어른들의 세계가 아이들의 세계를 서서히 잠식해 들어간다. 비 내리는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던 외침은 아무런 대답을 얻지 못하고, 아이는 절망 속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415쪽, 1만원.

탐욕과 위선으로 얼룩진 현실
 
 
▲내게는 이름이 없다
=데뷔작 '십팔 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를 비롯, 총 열일곱 편의 소설을 수록했다. 작품의 무대 역시 변두리의 허름한 동네다. 등장인물들 또한 가진 거라고는 '질긴 목숨' 하나뿐인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고 이상하고 한심한 인생들. 위화는 이 볼품없는 사람들의 삶을 화려한 수식이나 이렇다 할 감정 표현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의 단순하다 못해 다소 허무하게까지 느껴지는 서술 방식은 오히려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표제작 '내게는 이름이 없다'는 자기 이름 하나 제대로 몰라 아무렇게나 불러도 대답하는 바보를 주인공 삼는다. 탐욕과 위선과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얼룩진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319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