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충격속에 몰아넣었던 아프간 피랍사태가 지난달 31일 인질 21명이 전원 석방됨으로써 종결된지 한달이 다됐다.

   귀환자들은 차츰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복귀를 준비하고 있으나 일부는 정신적 충격 등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희생된 심성민씨의 부모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 분노가 여전한 상태다.

   ◇ 완쾌 후 사회복귀 준비
지난 12일 샘안양병원에서 퇴원해 강원도 속초의 한 요양시설에서 안정을 취했던 피랍자 21명은 19일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이번 추석연휴를 보냈다.

   이들은 추석연휴가 끝난 27일 오후 2시께 병원에 모여 사회복귀를 앞두고 최종 건강검진을 받았다.

   28일 병원측에 따르면 이들의 건강은 대체로 양호한 편으로 일부 피랍자들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외상과 소화장애, 피부질환 등은 한달간의 치료로 모두 완치됐다.

   장기간의 회복기간을 필요로 하는 정신적 충격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비난 여론 등을 이유로 차단했던 인터넷 사용 등도 재개하는 등 사회복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먼저 풀려난 김경자(37).김지나(32.)씨와 이정란(33)씨 등 회복이 빠른 피랍자들은 다음달 초부터 직장과 학교 등 일상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정란씨의 동생 정훈(29.회사원)씨는 "누나와 추석을 함께 보냈는데 이제는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다"며 "다음달 1일부터 다니던 병원에 다시 출근을 하기로 했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 당초 제주도에서 올라와 몇달간 누나와 함께 지내기로 했던 어머니도 집으로 다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김지나씨의 오빠 지웅(35)씨도 "동생과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내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나쁜 기억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이다"며 "조만간 학교로 복귀해 일상생활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부 여성 추가치료 및 안정 필요
그러나 일부 여성들은 여전히 악몽같은 40여일간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12일 다른 귀환자들과 함께 퇴원해 속초로 향했던 이성은(24.여)씨는 18일 샘안양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다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퇴원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현기증을 호소하는 등 병약해진 모습을 보였던 성은씨는 피랍중 스트레스와 허약해진 체질로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질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이영경(22.대학생)씨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한 식욕 부진과 우울증 증세 등을 보이고 있어 이번 학기를 휴학하고 집에서 안정을 취할 계획이다.

   아버지 창진(51)씨는 "7㎏이 빠졌다가 다시 4㎏이 늘어 건강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신적으로는 힘든 상태다. 추석에 본가에 함께 갔는데 친인척들과 함께 얘기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직 학교생활은 힘들 것 같아 휴학을 결정했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는대로 학원에 다니며 적응을 하게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샘안양병원 박상은(49) 의료원장은 "최종 검진 결과 21명 모두 피랍으로 인한 외상과 내상은 모두 완치됐다"며 "하지만 여성 환자들 3-4명이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해 당분간 통원치료를 하며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건강이 회복된 다른 피랍자들 중 일부도 당분간 사회복귀를 미루고 회복과 안정을 취할 예정이다.

   ◇ 심성민씨 가족, 교회 상대 소송 준비
납치됐다 끝내 풀려나지 못하고 살해된 故 심성민씨의 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민씨의 부모는 이번 추석을 모처의 사찰에서 조용히 보냈다.

   성민씨의 아버지 진표(62.경남도의원)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시간이 지나도 점점 더 슬퍼지고 아픈 가슴이 도통 가라앉지를 않는다"며 "아내는 건강도 악화돼 조용히 요양을 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배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성민이가 써놓았다는 유서를 받았지만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아직도 열어보지도 않았다"며 "그 아이가 유서까지 써놓고 그곳으로 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고 교회에 대한 분노가 점점 커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표씨는 현재 진행중인 법률적 검토가 끝나는 대로 샘물교회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할 방침이다.

   그는 "법적으로 여행을 제한하는 위험지역에 선교활동이라는 미명으로 교인들을 보내는 교회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 법적 검토가 끝나는대로 소송 등 법적대응을 통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샘물교회 "할말없다"
인질 석방 이후 분당 샘물교회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은조 담임목사는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을 치른 뒤 교회측에 사의를 표명하고 "자숙기간을 갖겠다"며 모습을 감췄다.

   교회 관계자는 "(박 목사가)사의 표명은 했지만 교회 등록신도들의 찬반투표를 통해 사퇴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달 안에 투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귀환자들의 입원치료와 항공요금 등을 부담했고 앞으로 완치를 위한 통원치료비용도 부담할 계획이다.

   소요된 비용은 교인들의 헌금과 교회 예산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정부가 교회에 별도의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행정비용 등 별도의 비용은 부담할 필요가 없게 됐다.

   교회는 또 해외선교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한편 아프간 피랍사태의 전모와 귀환자들의 육성 증언 등을 기록한 영상물 자료를 준비중이다.

   해외선교활동 재개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교계에서 논의중이며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고 샘물교회 관계자는 전했다.

   이 교회 권혁수(57) 장로는 "아프간 피랍사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지 않다"며 "피랍자들에 관련한 내용은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