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누구나 한번쯤 선물 문제로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 결정해 놓고도 돌아서면 찜찜한 마음 떨쳐버릴 수 없다. 어쩌다 해외여행을 가서봐도 여행내내 선물만 들여다보다 오는 사람도 있다. 시의적절한 선물이 맘같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나의 사랑과 고마움, 정성에 비하면 극히 작은 일부에 해당되는, 그저 하나의 물건에 왜 이렇게 의미를 둘까. 아마도 얇은 주머니 사정, 상대방과의 친소관계, 선물의 종류 등 여러가지를 따져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받을 사람이 평가한다는데 있는 것 같다.
정말 값진 선물은 고가의 귀금속일까 아니면 희귀한 예술작품일까. 물론 모두 맞다. 그러나 한가지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것은 '주는 사람의 정성과 받는 사람의 기쁨'이 아닐까. 이 평범한 한마디가 참으로 값진 선물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도 한때 '선물 안주고 안받기', '화환 선물 안하기' 등 선물 배척운동을 펼친 바가 있듯이 선물의 사회적 의미도 만만치 않다. 혹자는 시의적절한 선물로 출세 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잘못 주고 받아 형벌을 받기도 한다.
또한 선물은 국가와 사회마다 전통적 의미를 담고있어 잘못 주고 받았다간 국제적인 실례를 범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선물을 받으면 즉시 풀어보고 감사를 표시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고, 독일에서는 고가의 선물을 받으면 뇌물로 생각하기 쉽다고 한다. 우리에겐 귀한 선물중의 하나인 배가 중국에서는 발음이 이별의 리(離)와 비슷하여 삼가고 있으며 길(吉)한 날에는 짝수를, 흉(凶)한 날에는 홀수로 부조금을 낸다. 일본에서의 흰색은 죽음을 의미하므로 흰색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선물은 받는 사람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달라서,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 한 그릇이 최고의 선물이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건강이 선물이다. 복지시설의 아이들에겐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선물이 되고, 수해로 고통받는 이재민에게는 일손 지원이 선물이 되며, 막 추수를 기다리다 태풍을 맞은 농민에게는 낙과를 사주는 것이 선물이다. 연인 사이에서는 '사랑해'라는 단 한마디 말도 귀한 선물이 된다.
어렸을 적 명절이면 아버지께서 일러주신대로 골목골목 찾아다니며 양말 한 켤레씩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선물하는 일은 내 자신의 정서적 울타리를 확인해 주고 내 가족과 이웃, 존경하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아름답고 소중한 전통이며 길이 전승해야할 미풍양속의 하나이다.
귀경길에 어머니께서 한 해 동안 땀흘려 가꾼 농산물을 한 봉지씩 담아주실 때 '도시 가면 다 있다'고 쉽게 거절하지 말고, 그저 감사함으로 받아야 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50년 실향민에게도 만월의 선물을 기대해 본다.
/명정식(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아름다운 선물 문화
입력 2007-10-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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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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