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쿨도 어디까지나 대학원의 일종이다. 그런데도 그처럼 전력투구를 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심리라고 이해할 수만은 없다. 이 나라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올바른 법치주의나 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 향상에 중요하다는 점을 투철하게 인식해서일까? 아니면 거기서 양성되는 판·검사, 변호사가 대단해서일까?
어쨌든 로스쿨 인가를 못 받는 대학은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야말로 올인을 하는 양상이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기존 법과대학(또는 법학과)은 이제 무슨 강등이라도 당하거나 효용이 떨어진 듯이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다.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에는 법과대학 또는 법학과를 둘 수 없고, 로스쿨 없는 대학에만 법대가 남게 된다고 해서 그 위상이 격하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겼다고 해서 의과대학의 존재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법대는 법대로서의 고유한 존재이유가 있고, 로스쿨의 선행 교육기관으로서 가장 일반적인 과정이 법대이다. 물론 로스쿨법에 따르면, 그 입학자격은 다양한 전공자 흡수를 위해 비법학 전공자에게도 문호를 열어 놓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시험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법대의 매력이 반감되는 이유로 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의견도 있다. 학부에서 법학 전공 4년에 로스쿨 3년, 도합 7년 동안 법학 공부를 한 사람과 로스쿨에서 3년만 법학 공부를 한 사람을 비교한다면, 그 중에 누가 변호사시험에 유리할까? 7 대 3으로 법대 졸업생이 우세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로스쿨법에 입학생의 3분의 1 이상을 비법학 전공자로 해야 한다는 규정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하면, 법학 전공자가 사실상 입학에 유리하거나 로스쿨 쪽에서 환영받을 여지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전공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법대 출신의 합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법대의 우세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본다.
판·검사나 변호사의 배출이 법학교육의 유일한 목적일 수는 없다. 법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거나 법대의 일반 대학원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법조 실무교육에 치중하는 로스쿨보다는 법대와 그 대학원에 가야만 한다.
뿐만이 아니다. 3부의 공무원을 비롯하여 기업, 학교, 각계 민간단체, 그 밖의 여러 분야에 법학사의 학력을 필요로 하는 직역도 얼마든지 있다. 또한 로스쿨의 입시에는 대학 학부의 성적을 반영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학부의 성적이 좋아야 로스쿨 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로스쿨은 법대 교육의 정상화 및 면학분위기에도 일조를 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로스쿨의 도입은 결코 법대의 위상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법대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이 없는 대학은 판·검사, 변호사를 배출하는 대학 축에 못 끼어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조인 배출에 있어서 로스쿨과 법대의 역할은 직·간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직접 배출이 아니면 보람도 못 느끼고 권위도 서지 않는다고 하는 생각은 참으로 비교육적이고 너무 공리적이다. 역전경주로 말하자면,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최종 주자만을 안중에 두고, 첫 번째나 중간구간을 역주한 선수의 공로는 폄하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로스쿨 대신 법대가 있는 대학을 마이너리그쯤으로 여기거나, 스스로 그렇게 자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