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12년만에 찾은 한국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싱은 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1.7천185야드)에서 열린 코오롱-하나은행 제50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2타를 잃었지만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쳐 한국 대표 주자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렸다.

   2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싱은 1995년 춘천골프장에서 열렸던 아시아투어 패스포트오픈 우승 이후 12년만에 정상에 오르는 동시에 상금 3억원을 가져갔다.

   막판까지 추격을 펼친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3언더파 281타로 김형성(27.삼화저축은행)과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과 김경태(21.신한은행)도 뒷심을 발휘하며 4라운드에서 3타와 4타를 줄였지만 4언더파 280타로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4라운드가 시작될 때 만해도 단독 선두 싱과 공동 2위 강경남의 4타차는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싱의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했고 이 사이 강경남의 추격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9번홀(파4)에서 강경남은 어프로치 퍼트가 너무 길어 위기를 맞았지만 파세이브에 성공한 반면 싱은 3퍼트를 범하는 바람에 1타를 잃어 강경남과 싱의 간격은 2타차로 좁혀졌다.

   싱이 11번홀(파4)에서 다시 1타를 잃어 강경남은 1타차까지 쫓아갔고 16번홀(파3)에서 싱과 함께 보기를 범했지만 남은 홀에서 역전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하지만 강경남의 상승세는 17번홀(파4)에서 꺾이고 말았다. 강경남이 180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날렸지만 볼은 핀을 지나쳐 그린 밖으로 굴러갔고 어프로치샷마저 홀을 크게 빗나가 1타를 잃었다.

   싱과 강경남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우승을 노리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1라운드 선두로 나섰다가 이후 3라운드 때는 공동 7위까지 밀렸던 양용은은 전반에는 파를 지키다 후반 17번홀까지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4개를 쓸어 담아 4언더파 공동 2위까지 뛰어 올랐다.

   양용은은 18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핀 앞 2.5m에 떨어뜨렸지만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면서 연장 기회를 날려 버렸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싱은 18번홀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 뒤로 넘기기도 했지만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지켰다.

   우승컵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싱은 "빡빡한 일정과 감기 때문에 악조건 속에 경기를 했는데 우승까지 해 기쁘다"며 "긴박한 상황도 있었는데 이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막판에 무너진 강경남은 "역전할 수 있었던 8번홀(파5)에서 티샷 도중 갤러리 한분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미스샷을 날린게 가장 아쉽다"며 "11번과 12번,13번홀에서 버디 찬스를 못 살린 것도 아쉽지만 싱은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파세이브를 해내는 세계정상권의 선수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