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작금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정책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사업승인기준으로 총 35만6천여호의 국민임대주택이 공급, 목표대비 91%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실제 완공된 주택수는 목표대비 23%에 그쳤다. 시공중인 물량까지 포함해야 겨우 46%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이 계획의 성공을 의심케 하는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미임대율이 전남 10.5%, 강원 10.1%, 충북 8.8% 등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지별로 미임대율이 50%를 훨씬 넘는 곳도 도처에서 확인된다. 수도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금년 2월 입주가 시작된 인천 논현 2지구내 5단지는 초기 입주자모집 때 89%가 임차인을 못 찾은 바 있으며 내년 입주예정인 2, 3단지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도시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변두리지역에 대규모 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함으로써 지역간 빈부격차, 수급불균형은 물론 난개발과 환경훼손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조차 1년 이상 장기간 빈집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먹구구식 수요예측에다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실적 채우기식 공급에 급급한 탓이다. 2012년까지 100만호 건설목표를 달성하자니 매년 10만호씩 지을 수밖에 없어 수요가 별로 없는 지방 군소도시나 읍·면지역에까지 마구잡이로 아파트건설을 강행했다. 택지개발지구내 공동주택용지의 25%이상을 국민임대주택용지로 배정을 의무화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건설비용의 상당부분을 빚으로 조달해야 하는 탓에 사업주체인 주택공사가 땅값이 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가세했다. 극빈층일수록 직장 가까운 곳의 주거를 선호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벽지에 대량으로 공급했으니 공실(空室)이 생겨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실수요자들의 경제사정을 고려치 않은 임대료 및 관리비도 과잉공급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멋모르고 입주했다가 임대료 등이 부담스러워 예전의 보금자리로 회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타 일반 주택에 비해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나 기존 입주자들의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도 걸림돌이다.
이런 지경인데 재정경제부가 지방의 미분양 민간아파트를 대거 구입해서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면 어찌되겠는가.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국민임대주택의 미분양률을 더욱 높일 것이 자명하다. 임대아파트는 민간아파트에 비해 위치나 품질, 이미지 면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열등재인 탓이다. 이럴수록 주택공사의 재무구조는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주공의 총부채는 30조원을 초과했고 부채비율도 400%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팍팍한 살림살이에 조세부담은 갈수록 불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닌데 아무리 주인 없는(?) 돈이라고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가.
입주자격 완화도 주목된다. 공급과잉문제를 해소한답시고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크게 완화, 중산층까지 끌어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집 없는 영세서민들의 주거문제를 최우선으로 해소하겠다"는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또한 집값안정을 빌미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의 방만경영 희석을 도모하는 인상이 짙다.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밥을 지어서 어쩌겠다는 건지 딱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