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우리 경기지역은 삼성전자, 기아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중견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30%와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제조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을 갖춘 주력업종은 물론 여타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되면서 지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확충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우리 지역경제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서비스산업이다. 서비스산업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R&D, 운수, 금융, 통신, 법률·회계·컨설팅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 분야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으며 부가가치율이 제조업의 두 배가 넘는 65%에 달하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또한 고용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가 제조업의 세 배가 넘는 등 경제전반에 걸친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기지역은 서비스업 비중이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등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산업 발전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우리 지역경제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면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기초 여건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우선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2천400만명의 거대시장이 경기지역 서비스 산업의 내수기반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전국평균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젊은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 서비스업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앞선 제조업 인프라도 R&D 등 다양한 서비스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다. 세계수준의 IT제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지역은 광교·판교 테크노밸리 등을 조성함으로써 우리나라 R&D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지역업체들의 대중국 수출물동량 급증은 평택항을 동북아의 물류허브항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제화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개발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는 산과 바다, 하천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경기북부지역이 남북경협의 전진기지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서비스업 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지역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산업입지적 비교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명품 서비스산업을 창출해 나가야 하겠다. 일회성 지원이나 백화점식 육성보다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R&D, 디자인 등의 비즈니스 서비스업은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분야로서 우리지역 경제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과 인근 아시아 지역의 거대시장을 겨냥한 문화·관광산업의 적극적인 육성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강 이북지역에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랜드 등을 벤치마킹하여 복합레저타운 등을 조성한다면 날로 늘어가는 해외소비수요를 국내로 흡수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울 등 대도시와의 뛰어난 접근성을 고려한 실버산업이나 향후 대북 및 대중국 육상물류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을 감안한 물류산업도 전략적으로 육성할 만한 산업의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지역 사회의 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에서도 서비스산업을 향후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역량으로 키우기 위해 과감한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경기지역 서비스산업이 국가 전체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인근 지자체와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향후 우리 경기지역 경제가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함께 성장을 견인하는 균형 잡힌 경제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