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논설위원)
나랏돈은 먼저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사건들이 슬프게 하는 요즘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참여보다 부처예산을 빼먹는 데 참여하는 국가공무원이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직도 만연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이들의 추태. 눈엣가시인 이들의 부정을 뽑아 내기 위해 요즘 국정에 참여하고 싶은 국민들이 꽤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기관의 행태를 보면 가관이다.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지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어느 공단은 임직원 업무추진비가 개인 돈으로 둔갑했다. 그것도 평일 골프, 단란주점 술값, 극장 티켓 등 도덕 불감증이 창피한 수준이다. 이 공단이 2005년 222억원, 2006년 11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낸 것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어떤 국가기관은 직원 해외여행을 국가예산으로 보냈다. 그것도 지난 3월 이후 1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보내고는 이를 따지자 다른 부처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떳떳함을 과시했다.

건강보험료 체납에다 교통사고 뺑소니, 대마흡연, 횡령·유용, 폭력·폭행, 음주운전 등 실정법 위반도 상당수에 이른다. 직무태만과 기강해이 등 청렴의무 위배는 말할 것도 없다. 엄청난 부정·부패 행위가 국가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기 직원 감싸기로 대부분 묻혀 버린다. 이 같은 행태가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흉이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10년, 나아져야 할 국가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행태들이다. 나라가 빚에 쪼들려도 늘어나는 건 공무원이며, 늘어난 공무원만큼 죄의식은 무뎌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청렴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자정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의 뿌리가 깊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이 조직도 믿기 어렵게 됐다. 청렴위 공무원이 엉터리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국제회의나 워크숍 등의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건수는 38건, 대부분 1~7일씩 더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부패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청렴위가 출장비 낭비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부정이라 해도 청렴위의 이러한 행태는 직무를 행함에 있어 옳고 그름과 상벌을 판단하는 잣대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이들에게는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 일벌백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요소는 자각이다. 같은 부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자각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이를 방치하면 해당 단체에 막대한 누를 끼칠 수 있다. 특히 국가기관에서 자각이 없다면 공무원사회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국가발전도 국민복지도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임갈굴정(臨渴掘井)이라는 성어(成語)가 크게 다가온다. 목이 마른 뒤에야 우물을 파는 것처럼 위기가 닥친 후에야 비로소 서두르는 상황을 경고하는 글귀다. 국내 성장동력인 핵심개발기술이 국외 경쟁회사에 빼돌려지고, 나라의 부채가 쌓여도 국가기관과 공무원은 아랑곳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환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도를 내는 일은 없겠지만 누수현상이 크다는 데서 자각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인지된 현실이다. 필요하다면 인력정비와 상벌체계 강화 등 대대적인 손질을 해서라도 자각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정형화된 말이겠지만, 이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선비정신이 아닌가 싶다. 선비는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지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며, 의리의 신념을 사회에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유교적 도덕규범을 실천하는 사회적 모범도 보여 백성들을 교화해야 하는 시대적 책임을 지고 있는 주체였다는 데서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강조해도 괜찮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