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의 시작, 지지대 고개
지지대 고개는 수원~의왕을 잇는 1번 국도가 한남정맥의 주능선을 가로지르고 있다. 주변에는 프랑스 참전 기념비와 지지대쉼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지대 고개의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양 옆에 이고들빼기와 구절초, 물봉선이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고속도로 밑 지하차도를 통과하면 오르막길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잘 다져진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낸 녹슨 철조망 울타리와 곳곳에 버려진 블록 방호벽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십 년 전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군부대의 정리하지 못한 잔재다.
#미군의 잔재, 통신대 헬기장
미군이 쓰고 있는 통신대와 그 헬기장. 수십 년째 위치해 있는 기지로 오폐수 및 토양의 오염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산과 경관을 모두 해치는 기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광교산 길잡이를 맡은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의 전 회장인 김형인씨는 "상광교동은 광교저수지에서 올라오는 긴 골짜기를 가진 동네인데 예로부터 불당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고 고려시대에는 89개의 절이 있었다는 기록처럼 절이 많은 불교성지였다"고 했다.
이정표 너머로 보이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왼편으로는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미군통신부대의 철조망이 또다시 흉흉한 모습을 드러낸다.
#백운산 갈림길
인천녹색연합 신정은(29·여) 간사는 "빨리 광교산 보전계획이 수립되어 개발을 제한하고 수원, 용인, 의왕, 성남의 허파로서의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시민들이 나서서 죽어가는 광교산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악산, 북한산을 볼 수 있는 광교산 시루봉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광교산 시(詩)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완만한 길을 따라 몇 발자국 옮기니 오늘 탐사의 최고봉인 광교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수원성이 연상되는 정상 표지석과 수원23, 1998복구라고 쓰인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 광교산의 지형은 양 팔로 수원시를 감싸안은 듯한 형국으로 북·동 및 서쪽의 3면이 광교산 줄기에 에워싸여 남쪽만이 넓은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다.
#김준룡 장군의 전승음각
조금 내려오면 능선길 오른편에 김준룡 장군의 전승음각화 이정표가 있다. 새로 단장된 길을 따라 150 정도 내려가면 안내문과 함께 전승음각이 나온다. 비로봉 밑의 천연 암반에 병자호란 당시 청과의 전쟁에서 이긴 김준룡 장군의 전승비문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이곳은 등산객이 많아 어른 무릎 높이만큼 훼손이 돼 움푹 패인 채 방치되어 있고 곳곳에 나무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안타까웠지만 시민들의 건강과 자연의 보전, 함께 할 수 없는 두 가치에 대한 갈등이 이어질 뿐이었다.
수원시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광교산은 수원 시민뿐 아니라 인근 시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 부분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빨리 등산로가 훼손되고 있다"며 "광교산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과 복토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래도 탐사단들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정맥능선 가운데 가장 정비와 보전이 잘 됐고 시의 관리도 눈에 띈다"며 만족해 했다.
#최종 목적지 형제봉
특히 토사의 유실로 'U'형으로 깊게 파인 등산로는 내려오는데 많은 장애를 주었다. 함께 한 인천녹색연합의 정책위원 이장수(44)씨는 "비와 등산객에 의해 땅이 파이다 보면 사람들은 등산로 옆을 이용해 등산로는 더욱 넓어지고 황폐화는 빨라질 것이다"며 걱정했다.
수원시 또한 펜스를 설치하여 등산로의 넓어짐을 방지하려고 애쓰지만 몰려드는 등산객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환경전문가들은 "몇 개의 주 등산로라도 계단식 나무데크를 설치해야 황폐화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반딧불이 화장실
반딧불이 화장실은 1999년 화장실에서도 광교산의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된 화장실로 제1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았다.
짧은 구간이지만 이번 탐사는 한남정맥의 희망을 봤다. 도시 개발로 산 정상까지 파헤쳐져 방치돼 있었지만 그나마 다른 한쪽에선 부분 휴식년제로 지금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산을 위해선 등산객들의 철저한 출입제한 및 통제가 필요하지만 수원 일대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선 등산이 필요하다. 이런 시급한 문제가 눈앞에 놓여 있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풀리지 않은 숙제를 뒤로 하고 하산을 하는 일행의 뒷모습은 쓸쓸하기만 했다.
■ 탐사일정 9월 1일:지지대 고개~통신대 헬기장~백운산 갈림길~광교산 시루봉~김준룡 장군의 전승음각 29일:형제봉~반딧불이 화장실
■ 한남정맥 시민탐사단 참가자
이서기(57) 회원, 전 전국환생교 김형문(61) 회장, 서영길(51) 회원, 심유정(39·여) 회원, 이성호(31) 회원, 신정은(29·여) 간사, 정면채 하광교동 마을 통장, 민속식물연구소장 송홍선(47) 박사, 이장수(44) 회원, 이종대(45) 숙박·레저잡지사 편집부장, 생태도시부 장정구(34) 국장, 노현기(44·여) 회원, 수원환경운동센터 이우정·홍은화 회원, 경인일보 송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