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요즘 '집안단속' 문제로 애를 태우고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범여권의 파상공세 탓에 안 그래도 골치가 아픈데 당 원로인 이회창 전 총재의 재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사격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당이 한 덩어리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최근 상황을 '내우외환'이라고까지표현한다.

아무래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최근 급부상한 이 전 총재 재출마설. '창사랑' 등 이 전 총재 지지세력들이 연일 재출마를 강권하고 본인도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대선 출마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24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 사수'를 외친 데 이어 25일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독도의 날 제정 선포식'에 참석하는 등 마치 대선행보로 비칠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후보가 50%를 넘는 고공지지율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출사표를 던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나도는 것 그 자체가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결집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적잖이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때문에 이 후보측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우회적인 설득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당 상임고문들이 최근 개인 자격으로 이 전 총재를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라이벌이었던 박 전 대표측 분위기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박 전 대표 지지 의원들 사이에선 "뭉쳐 있어야 내년 18대 총선에서 살아 남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다.

이 후보측은 대선승리를 위해선 박 전 대표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그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한다해도 박 전 대표의 협조를 확실하게 구할 수만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50%대의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면서 "출마설이 나도는 이 전 총재를 적극 설득하고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얼마나 잘 얻어내느냐가 대선승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