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박모(23.여)씨는 지난 9월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낸 업체에 이력서를 접수했다가 담당자로부터 되돌아온 이메일을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무역회사가 사무비서직 여직원 1명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자신의 신상정보가 모두 담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지만 되돌아온 메일은 일정한 금액을 받고 성관계를 가질 것을 제의하는 `스폰서 만남' 제의였다.

   박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까도 고민했지만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이 번거로울 것이라고 판단, 메일을 발송한 이에게 `신상정보 유출시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자신의 신상정보가 범행에 악용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처럼 존재하지 않는 업체 명의로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광고를 낸 뒤 지원자 일부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유인)로 유모(35.무직)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9월8일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사무비서직 여직원 1명 모집. 월급 145만원. 20∼35세 용모단정.성실한 여자분'이란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지원한 175명에게 자신과 성관계를 가질 것을 제의한 뒤 실제로 4명의 여성과 모두 5차례에 걸쳐 서울의 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유씨는 성관계를 가진 여성 중 김모(21.여) 씨가 더 이상의 성관계를 거절하자 `가족에 알리고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 100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씨는 광고 후 한달여 만에 여성들이 보내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확보, 이들에게 `매월 5번 정도 데이트하면 상당한 액수를 도와줄 수 있고 원한다면 원룸도 구해 줄 수 있다'며 여성들을 현혹하다 김씨의 제보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대다수 구직자들이 회사 실존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담은 이력서를 보내주는 경우가 있는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인터넷 취업사이트들도 범죄 예방을 위해 구인 광고업체에 대한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