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나타내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해 온 바로미터 지역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유력 대권후보로 손꼽혀 왔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김근태 전 장관과 손학규 전 도지사 등이 대권 경쟁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경기도 출신 대통령 배출 가능성에 걸었던 기대'에 따른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변서 대선을 둘러싼 화제가 사라진 상태다.

대선 승패를 가르는 정치환경과 선거구도, 후보역량 등 3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볼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경기도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후보 대세론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대선을 지방당 중심, 당원 중심으로 치르게 되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 지역 책임자들이 자신의 선거처럼 노력하면서 당 지지자 결속은 물론 외연 확대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자체 평가하고 있다. 도내 한나라당 지지자 중 70~80% 이상이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압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은 경기지역에서 정동영 후보가 이 후보에 비해 절대 열세란 평가다. 범여권이 신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으로 분열된 데다 이들 당 후보 지지율을 합해도 한나라당 이 후보에 비해 낮다는 점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단일화해도 대세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당은 정 후보 중심의 단일화가 이른 시일내에 완료되면, 깨끗하고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 후보에 대한 경기도 유권자의 지지가 모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의 도곡동 땅 투기와 실제 주인이 이 후보로 밝혀지고,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BBK 전 대표 김경준씨의 귀국으로 주가조작의 진실이 공개되면 중산층의 신도시 주민이 대거 몰려 있는 경기남부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나라당 이 후보의 대표적 공약인 경부운하사업이 수도권 젖줄인 팔당상수원 오염주범이란 사실을 부각시키고, 대북정책 계승에 따른 경기북부지역의 개발을 본격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경우 북부민심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체 진단을 내리고 있다.

민주당은 신당과의 단일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내 대선 로드맵에 대한 합의·도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리멸렬한 상태다. 하지만 이인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5% 이상 되면 전통적 지지계층이 몰려 있는 안산과 성남, 부천 등지를 중심으로 지지도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전·충청지역에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암울한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선이나 총선 경험 등을 토대로 경기도에서 만큼은 선전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도내 봉급쟁이와 노점상, 철거민 등에 대한 조직화로 열성 당원이 많은 편이고, 다양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민노당 권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일정부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지지율이 떨어져 비상이 걸린 상태다.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27일 도당 창당식을 가진 뒤 중소기업과 시민단체 등 지지세력 간 연대를 통해 본격적인 득표활동에 들어갈 경우 단일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A대 K교수는 'MB vs MB'의 싸움에서 또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우선의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했던 한나라당 이 후보가 대북정책·교육·여성 등의 문제에서 극보수로 편향되면서 중도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계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BBK와 재산증식 과정, 자녀교육 문제 등에 대한 미숙한 '모르쇠' 대응으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대선이 경제이슈에서 도덕(가치) 재평가 중심으로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