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15-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전 총재의 출마결심을 재촉하는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 전 총재의 생애 3번째 대권도전이 일부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의 절절한 호소와 압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이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지지율을 턱밑까지 치고 올라가 있거나, 일부 조사에 따라서는 정 후보를 추월한 상태인 점도 이 전 총재 진영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여기에다 BBK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전 총재는 추가 지지율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등 정치공학적 `환경'도 농익어가는 형국이다.

   이 전 총재는 지난달 31일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 15.8% 지지율로 한나라당 이명박(45.3%),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17.5%)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1일 발표된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는 물론 두 사람을 함께 포함시켜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지지율 16.6%로 정 후보(14.2%)를 앞섰다.

   물론 이 전 총재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현재 이 전 총재의 고민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흥주 특보는 "이 전 총재는 BBK 등 이명박 후보의 여러 의혹들을 의식하거나, 또 지지도가 얼마나 될 지 등을 생각해 고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권 교체를 불안하게 하는 여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만들어 가야 하느냐라는 점에서 시작된 고민인 만큼 지지도나 김경준씨의 귀국 등은 이 전 총재의 상황과는 직접 연관도 없고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 내부에서도 이 같이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원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측이 모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지난달 31일과 이날 전국적으로 7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한 뒤 이를 내주로 예상되는 입장표명시 참고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면서 출마설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도 이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내 한 인사는 "당연히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BBK 의혹의 상황 전개와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움직임과 맞물려 이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층이 이 전 총재 지지로 회귀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재가 출마하더라도 대선 승리를 담보할 지지율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며, 이 경우 표의 분산으로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귀영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현 지지율은 이 전 총재가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확실한 자기 지지층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대선 승리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30%대의 지지율로 확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이 후보 지지층의 3분의 2는 이명박이라는 인물을 보고 지지한 합리적 중도층인 만큼 설사 이 후보가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보수성향의 이 전 총재 쪽이 아닌 범여권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정권교체 불발이라는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대통령후보 여성특보를 지낸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백지연의 전망대'에 출연, "이 전 총재는 진심으로 한나라당을 사랑하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는 만큼 출마 안하리라 믿는다"면서 "이 전 총재 측근들 중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앞으로 당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말씀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