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높아지면서 상품 선택의 기준이 가격이 아닌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성능면에서는 쓸만하지만 달라진 디자인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인위적인 폐기처분(artificial obsolescene)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휴대폰의 교체주기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값이 싸지만 개성이 없는 제품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세련되고 맵시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산업구조가 취약할 때는 저임금에 의한 저가품 양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는다. 경제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의 비중이 커지게 마련이다.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 방식 등으로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무분별한 모방이나 답습으로는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디자인이 떨어진 상품은 발 붙일 틈조차 없게 됐다. 디자인이 제품의 힘이자 경쟁력인 시대다. <편집자주>

 
 
  ▲ 대상 '숲을 보호하는 종이사용'  
인천시는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4일까지 1주일동안 인천종합예술회관에서 '2007인천국제디자인페어(이하 인천디자인페어)' 행사를 열었다. 인천디자인페어는 지난 2003년 '인천2003한일국제디자인교류전'을 시작으로 올해 4회째를 맞았다.

올해 인천디자인페어에는 시각디자인을 비롯 포장·제품·환경·산업공예·멀티미디어콘텐츠 등 6개 분야에 모두 523개 작품이 응모했다. 여기에는 국내 316개 작품에 더해 이탈리아와 영국,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전세계 21개국에서 162개 작품이 응모됐다. 작년에 비해 국내 출품작은 다소 줄었지만 국외 작품이 30% 이상 증가되면서 '세계 디자인페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망을 밝게 했다.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 디자인분야 권위자인 12명의 심사위원은 3차례의 엄정한 심사로 모두 8명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에는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두루마리 화장지에 환경의 중요성을 메시지로 전달한 중국의 대학생 첸팅에게 돌아갔다. 포장디자인 분야에서 '강화 생 막걸리'를 출품한 한세대학교 디자인학과 안대순씨는 금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월30일에는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 파라끼니 교수와 국내 디자인 산업분야 교수들이 '미래디자인과 미래도시'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고 '디자인 도시 인천'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번 인천디자인페어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상락 단국대학교 디자인경영센터장은 "선진국은 디자인이 미래를 주도할 지식기반산업의 하나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글로벌 디자인 허브를 인천경영의 키워드로 내세운다면 인천이 디자인문화산업의 심장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업간은 물론 디자인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지자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산업디자인단체 총연합회에서 오는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로 선정됐다.

 
 
  ▲ 자유부문 금상 '강화 생 막걸리'  
1957년에 설립돼 50년 전통을 가진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는 2년마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선정한다. 선정된 도시는 산업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도시정책의 효과가 크고 시민의 삶 등에서 품격을 높인 도시로 인정받게 된다.

서울시는 '세계 디자인 도시' 선정을 계기로 2010년까지 국제디자인회의와 전시회, 디자인상 제정, 서울 디자인 기념비 설치, 시민이 참여하는 디자인페스티벌 등의 프로그램으로 매년 '(가칭)디자인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80억~100억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다.

광주광역시는 세계 유일의 종합디자인 비엔날레인 '2007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지난 달 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었다. '빛'을 주제로 한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45개국 927명의 작가와 103개 기업이 참가해 모두 2천700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루 평균 7천600명씩, 모두 23만여명의 내·외국인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입장권 수입만 7억여원에 이르는 등 운영적인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경기도는 '경기디자인전람회(G-Design2007)'를 7일부터 10일까지 성남 분당 한국디자인진흥원 전시장에서 개막한다. 'G-design'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으면서 전국에서 디자인 관련 행사로는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번 공모에도 일반부에서만 1천200점을 비롯해 고등부 400여점을 포함 모두 1천600점이 응모하면서 전국 규모의 행사로 작품 소재의 다양성과 질적인 우수함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부산과 대구 등도 지난 4월 산업자원부의 RDC(Regional Design Center) 유치를 계기로 디자인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야흐로 지자체간 '디자인 전쟁'에 불이 붙은 셈이다.

 
 
  ▲ 기업부문 금상 '시크릿'  
인천시는 오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송도경제자유구역내에 '디자인콤플렉스(Design Complex)'를 건립, '디자인 허브도시'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연면적 16만7천800㎡의 디자인콤플렉스 건립에는 시 예산 2천240억원이 투입된다.

디자인콤플렉스는 무의아트센터와 송도컨벤시아, 피에라밀라노인천 등 인천의 청사진으로 추진되고 있는 문화콘텐츠 사업에 관련된 디자인 수요를 담당한다. 인천지역 내 디자인전문회사들에게는 국내·외 디자인 산업 최신 정보를 제공하면서 헤드쿼터 역할을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간판 등 기존 도시물을 철거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크지만, 인천은 새롭게 계획·조성되고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며 "인천의 디자인 산업 육성은 지역내 중소기업들의 제품개발은 물론 부천·시화 등 인근 지역으로도 파급될 수 있어 연관효과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