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호 (논설위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참 어렵다. 모든 사회적 역량이 한 곳에 결집돼도 힘든 일이어서 심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쉼없이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과학자들은 연구소에서 늘 밤샘을 한다. 그리고 기술개발을 위해 헌신하는 발명가, 나라 살림을 잘 꾸리기위해 나서는 정치인 등도 나름대로 같은 목적을 위해 노력한다. 미래의 세상을 보다 삶에 유익하게 하기위해서일 게다.

산업혁명의 효시가 된 영국의 볼턴과 와트의 만남은 세상이 어떻게 변신하는가를 잘 일깨워주고 또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와트는 증기기관을 만든 발명가이며 볼턴은 그 발명품을 보급, 세상을 바꾼 미래지향적인 사업가이자 경영자이다. 이들의 만남은 당시의 세상을 확 바꿔버렸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으로 연결되고 현재의 세상을 만드는 기초를 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턴과 와트의 만남은 미지의 세상을 연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하지만 와트는 누구보다도 큰 개인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증기기관을 발명하기 위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했어야 했으며 급기야는 회사의 파산으로 자살을 결심할 정도의 궁핍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와트의 증기기관은 그 기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 볼턴을 만나면서 세기의 발명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증기기관을 생산할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영국의 국왕 제임스 14세가 볼턴에게 "왜 힘들게 공장을 하려고 하느냐"고 던진 질문에 그는 단연코 "세상을 놀랍게 바꾸기 위해서요"라고 답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볼턴은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대선이 한창이다. 각 정당의 대권 후보들은 제 나름대로의 국가경영 비전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며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곧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착각이 들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를 잘 믿지 않는다. 우리의 사정이 대내외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아서이다. 한마디로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는 얘기이다.

유가와 원자재 값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유가는 1배럴에 100달러를 육박하고 있으며 곡물· 광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값 상승은 우리가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 그대로 반영돼 서민들은 허리가 휠 정도라고 하니 답답하다. 공공요금을 비롯해 물가인상이 천정부지인 것이다. 지난달만해도 물가인상률이 거의 3%를 넘어섰다는 통계이다. 통계가 그럴진대 체감 물가는 오죽하겠는가.

환율도 걱정이다. 1달러당 900원이 무너지기 직전이어서 기업들의 경영의욕마저 깎아 내리고 있다. 수출을 해봤자 손해만 눈덩이다. 영세·중소기업들은 거의 고사직전이라고 해야 옳다. 기업경영환경이 이러니 실업은 당연지사여서 청년실업자들이 수백만이라는 설도 있다.

모두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온통 대선 열기로 들떠 있을 뿐 진정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들이 없다. 뜬구름잡는 공약만 난무할 따름이다. 공약도 대선 후보들 입맛에 맞게 각양각색이다. 현실가능성 보다는 '빌공자 공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면밀히 뜯어보면 볼턴같이 미래에 대한 혜안을 지닌 후보가 없는 것 같다. 역량이 고만고만하다. 남은 기간동안 얼마나 큰 역량을 지닌 후보가 나올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저 안타까움만 더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난관은 있지만 우리 한국호를 이끌 능력있는 지도자만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기 위해선 볼턴같은 선택을 우리 국민이 해야함은 당연하다. 누구에게 우리 미래를 맡길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이다. 꼭 40여일 남았다. 상전벽해같은 비전을 위해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